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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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과 재정건전성 개선. 정부가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라살림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다. 내년 예산 편성 때 재량지출의 10%를 구조조정한다. 기존 예산 중 약 26조원을 삭감한다는 얘기다. 1100여개에 이르는 보조·출연사업도 원점에서 재정비하기로 했다. 이렇게 아낀 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기 위한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도 예산안 편성세부지침'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기재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세금 수입 여건이 악화하는 반면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재정 소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출 줄이기를 위해선 우선 '부처별 재량지출의 10%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량지출은 전체 정부 지출액에서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의무지출)을 뺀 나머지를 뜻한다. 주로 공무원 인건비·경비,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산업 지원 분야 예산이 여기 해당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256조6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50.1%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집행이 부진하거나 실효성이 낮은 사업을 발굴해 약 26조원의 예산을 깎겠다는 것이다.

물론 재량지출 10% 구조조정은 매년 기재부가 각 부처에 요구하는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매번 실적이 목표에 못 미쳤다. 2019년 예산의 경우 지출 구조조정은 약 12조원에 머물렀다. 기재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실효를 높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부처별로 '지출 구조조정 심의위원회'를 꾸려 예산 삭감을 전담하도록 한다. 각 부처 차관과 실·국장이 참여하는 '전략적 지출 구조조정 추진 테스크포스(TF)'도 만든다. 구조조정 추진 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실적이 저조한 부처는 기본 경비 등을 삭감할 방침이다.

나랏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보조사업'에도 현미경을 들이댄다. 3년 이상 지원된 민간보조사업 600여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작년엔 5년 이상 지원 사업이었던 검토 대상을 넓혔다. 검토 결과 당초 사업 목적을 달성하거나 보조금 지원 필요성이 낮은 경우 과감히 사업을 폐지시킬 계획이다. '민간보조사업은 최대 6년을 지속할 수 없다'는 기준도 새로 만든다. 보조사업 연장평가를 통해 기한을 늘려주는 것도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용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출연사업 500여개도 지출 효율화를 추진한다. 기관운영출연금과 사업출연금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법적 근거가 미미하거나 사업 목적을 달성한 출연금은 폐지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우후죽순으로 박물관·미술관·기념관을 짓는 행태에도 칼을 댄다. 신규 전시 문화시설 사업은 반드시 사전타당성 평가를 거쳐 예산을 요구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도 사전타당성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전시 기능이 일부 포함된 일반 시설은 평가를 건너뛰는 관행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한 예산은 '한국판 뉴딜 사업'이나 혁신성장 사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이 커진 디지털 경제와 원격의료·교육과 같은 비대면 산업 육성을 주로 추진한다.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이 정부 바람대로 원활히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재량지출 예산인 공무원 인건비·경비, SOC 예산 등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상당 부분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추가로 줄일 여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제대로 예산 구조조정을 하려면 의무지출이 많은 복지·고용 분야까지 현미경을 들이대 '퍼주기' 성격이 큰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지출에 대해 정부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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