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연내에 질병관리청(가칭)으로 승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질병관리본부의 승격은 청와대에서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라며 “실무진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정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이 나오는 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하반기에 질병관리청 승격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총선 공약이었던 만큼 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며 “미래통합당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 분리돼 예산과 인사 등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질병관리조직 전문성 강화
감염병 대응 능력 빨라질 듯


질병관리청(가칭) 출범은 질병관리 조직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가 목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초기부터 감염병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 훼손이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해 왔다. 5급 이상 간부의 인사권을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쥐고 있다 보니 질병관리본부의 주요 보직을 복지부 인사 적체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본의 국장 보직 5개 중 3개, 44개 과장급 보직의 절반 정도를 복지부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도준 전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감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1~2년씩 보직을 순환하는 행정가가 아니라 10년 이상의 전문성을 축적한 프로 중심의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본부장이 인사권을 갖게 돼 이 같은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논의 중이지만 각 지역의 방역 기능도 질병관리청 산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질본이 방역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으면 실제 방역 작업은 지방자치단체와 각 지자체 소속 보건소가 하는 구조다. 이를 질병관리청이 권역별 산하 조직을 운영하며 직접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시스템으로,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공약을 통해 6개 질본 지역본부 신설 방안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은 이른 시일 내 질병관리청 출범과 조직 전환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가을이나 겨울께로 예상되는 코로나19 2차 유행 때는 강화된 질본 조직을 중심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 때마다 기능과 역할이 확대돼 왔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국립보건원에서 질병관리본부로 탈바꿈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듬해에는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됐다.

노경목/김소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