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가계, 기업 가릴 것 없이 빚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총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져 4500조원대인 총부채 규모가 연말에 5000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 부문을 제외한 한국의 총부채는 2017년 이후 매년 250조~300조원 늘었다. 통상 기업부채 증가폭이 절반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가계부채, 정부부채 순이었다.

올해는 기업부채뿐 아니라 정부부채가 확 늘어나 연간 총부채 증가폭이 400조~5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기업들이 차입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 및 가계를 지원하기 위해 재정을 대규모로 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512조원의 올해 ‘슈퍼예산’을 편성해 놓은 데 이어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예고하고 있다. 본예산 집행을 위해서만 76조4000억원, 세 차례의 추경으로 43조9000억원 등 올해 정부부채는 총 120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09년(50조6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말 38.1%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말 44%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46%를 넘어서면 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부채 증가도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 3월 정부는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00조원을 민생 및 금융시장 안정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선 소상공인과 기업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가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도 별도로 조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소상공인 대출 재원으로 추가 편성한 정부 예비비(4조4000억원)를 합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발표한 금융지원 규모는 180조원에 달한다.

이런 대규모 정부 지원 방안이 마련된 가운데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해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서면 올해 기업부채 증가폭은 2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업부채는 143조원 늘었다.

2018년 이후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가계부채도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86조원 증가했지만 올해는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발 대량 실업 사태 등으로 가계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이미 급전이 필요한 개인이 늘면서 올 3월 말 카드론 규모는 4조3242억원으로 지난해 3월보다 25.6% 늘었다. 금융상품 해약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3월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만 3조원이 넘었고 3월 말 3대 생명보험사와 5대 손해보험사의 보험 해지 환급금은 3조1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5% 증가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