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물경제에 암운이 드리웠다. 하지만 발표되는 몇몇 수치를 살펴보면 ‘불행 중 다행’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2%다. 지난해 10월(2.2%)보다 전망치를 3.4%포인트 낮췄다. ‘마이너스’ 전망이 나왔다는 점은 충격적이지만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상황이 나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5.2%)과 미국(-5.9%)은 5%대, 독일(-7.0%) 프랑스(-7.2%)는 7%대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관계자는 “한국은 코로나19 모범국가”라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내년엔 5% 이상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코로나19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배경으로 탄탄한 제조업이 꼽힌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고군분투가 서비스업체의 부진을 상쇄했다는 해석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위기 대응 매뉴얼이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뛰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1%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생산설비를 얼마나 가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가 좋을 때는 70%대 후반 수치가 나온다. 경기가 하강기로 접어든 지난해에는 제조업 연간 평균가동률이 72.9%에 불과했다. 3월만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공장 가동률이 낮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의 산업 포트폴리오에서 이유를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품목들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시장 예측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