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의 가전 신상탐구] 건조기 사려다 망한 기자가 뜯어본 'LG 트롬 워시타워'

"이거 안 되겠는데요."

우리집 세탁실 이곳 저곳을 살펴보던 설치기사님이 고개를 저었다. 건조기를 집에 들여놓으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지인들의 말에 '영업'당해 제품을 구매하려던 때였다. 빨래로 인한 생활먼지도 훨씬 줄어들고, 건조기에서 꺼낸 세탁물은 호텔 수건처럼 보송보송하다고들 했다. 세탁 후 따로 널어놓을 필요가 없어 일도 줄어든단다.

[이수빈의 가전 신상탐구] 건조기 사려다 망한 기자가 뜯어본 'LG 트롬 워시타워'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정작 우리집 세탁실은 비좁은데다,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올리려고 해도 천고가 충분히 높지 않다는 기사님의 '진단'을 받았는데. "왜 산다는데도 팔지를 못하니…" 기사님이 떠난 뒤 넋나간 김첨지 마냥 읊조렸던 기억이 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LG전자가 지난달 23일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아래로 합친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를 출시한다고 발표하자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낮아진 높이였다. 트롬 워시타워는 기존 동급의 드럼세탁기(21㎏)와 건조기(16㎏)를 위아래로 설치할 때와 비교해 높이가 87㎜가량 낮다.

LG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이 제품을 온라인에서만 공개했다. 하지만 전자제품 판매점에 가면 전시된 제품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나만 없어 건조기. 갖고싶다 건조기" 노래를 부르던 기자는 LG베스트샵에서 트롬 워시타워 실물을 요목조목 뜯어보기로 했다.

트롬 워시타워는 눈으로 보기에도 기존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위아래로 설치한 것과 비교해 높이가 확연히 낮았다.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 두 종류. 두 색상 모두 디자인이 요란하지 않아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눈에 든 건 블랙이었다. 은은한 광택이 흘러 '고급진' 느낌이었다. 가격표를 보니 블랙이 화이트보다 20만원 비쌌다. 갑자기 화이트 색상도 괜찮아보였다. 깔끔하고 단정한 게 어느 인테리어에나 어울릴 법 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정말 발 받침대 없이 건조기를 쓸 수 있는지였다. LG에서는 키 163㎝ 기준 여성이 까치발을 들지 않고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기자의 키는 165㎝. 드럼 세탁기 위에 따로 올린 건조기 전원버튼을 간신히 누를 수 있는 키다. 기존 건조기는 조작부가 제품 가장 상단에 있다. 전원버튼을 누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조작부 높이가 높다보니 코스나 기능 등이 잘 보이지 않아 불편했다.
[이수빈의 가전 신상탐구] 건조기 사려다 망한 기자가 뜯어본 'LG 트롬 워시타워'

이와 달리 트롬 워시타워는 세탁기와 건조기 모두 조작패널이 제품 중심부에 있다. 평소에는 불이 꺼져있다가 전원버튼에 손가락을 대면 전원이 들어오면서 조작부가 나타난다. 버튼을 누르는 것도 쉽고, 세탁·건조 코스도 한 눈에 들어왔다.

도어를 열어봤다. 트롬워시타워 세탁기 도어에는 우측 상단에 손잡이가 있다. 건조기 도어는 아래에서도 열기 편하도록 우측 상단과 하단에 총 두 개 손잡이가 달렸다. 건조기 도어 우측 상단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당기니 어려움 없이 열 수 있었다.
[이수빈의 가전 신상탐구] 건조기 사려다 망한 기자가 뜯어본 'LG 트롬 워시타워'

도어를 열고 나면 까치발을 서지 않고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빨래가 잘 말랐는지 곧장 확인 할 수 있을 법 했다. 16㎏ 대용량 답게 내부가 넉넉했다. 안에 빨랫감이 들어있다고 가정할 때 쉽게 꺼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손을 넣고 팔을 뻗어봤다.
[이수빈의 가전 신상탐구] 건조기 사려다 망한 기자가 뜯어본 'LG 트롬 워시타워'

[이수빈의 가전 신상탐구] 건조기 사려다 망한 기자가 뜯어본 'LG 트롬 워시타워'

손 끝이 내부 벽에 닿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 뒷꿈치가 조금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 키가 조금 더 컸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건조기 내부 우측과 좌측에도 모두 손이 닿았다. 구석 구석에서 빨랫감을 꺼낼 수 있는 구조였다.

또 다른 장점. 세탁기와 건조기를 단순히 이어붙인 게 아니라 서로 연결돼 시너지를 낸다. 세탁코스를 정하면 코스정보가 건조기로 자동으로 전달된다. 건조기는 가장 적합한 건조코스를 알아서 설정해준다. 세탁이 종료되는 시간을 감안해 건조기를 예열할 수 있는 ‘건조준비’ 기능도 갖췄다. 스마트폰까지 연동시키면 세탁이 끝났을 때 핸드폰으로 알림이 온다. 세탁을 돌리는 동안 샤워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품질보장은 10년 해준다.

단점도 있다. 가격이다. 블랙 기준 419만원으로 동급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다. 인체공학적으로 제품을 설계했다고는 하지만 사용할 때 약간 까치발을 들어야 하는 게 아쉬웠다. 키가 작은 소비자라면 여전히 발받침대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런 장단점을 고려해 생각해봤다. 우리집 다용도실에도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을 발견한 걸까.
대신 질문해드립니다
SNS 건조기 관련 게시글과 기사 댓글에 올라온 독자님들의 사용후기, 궁금점을 갈무리했다. LG 베스트샵 강남점 직원분들께 대신 여쭤봤다.

▶세탁기에 건조 기능이 있는 제품들이 이미 나와있는데 일체형 제품이 따로 출시됐네요
"맞습니다. LG 트롬 세탁기에도 건조 기능이 있는 제품들이 있지요. 그런데 세탁기에 딸려있는 건조 기능으로는 세탁물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아요. 반만 건조됩니다. 그래서 건조를 마친 뒤에도 다시 세탁물을 널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기존 세탁기 건조기능은 열풍건조이고, 트롬 건조기는 스팀건조라는 점이예요. 스팀건조는 열풍 방식에 비해 세탁물 손상이 적고, 더 보송보송하게 말려준다는 장점이 있어요. 강한 스팀이 나와서 마치 스타일러 돌린 것처럼 살균도 되고, 빨랫감 주름도 펴집니다. 스팀 건조 방식은 LG 트롬이 세계에서 유일하답니다.
전기료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내부에 물기가 생기죠. 이 상태에서 건조 기능을 돌리면 전력이 건조기보다 많이 들어요. 자연스레 요금도 많이 나오겠죠."

▶건조기는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는 후기들이 많던데요.
"트롬 워시타워 기준 세탁기 전력등급은 1등급, 건조기는 2등급입니다. 빨랫감 5㎏ 기준 건조기를 한 번 돌릴 때 전기요금은 130~150원 정도 나옵니다."

▶건조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요.
"건조기 용량인 16㎏을 가득 채워 돌리면 한 시간 반정도 걸려요. 이 외에는 코스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다릅니다. 셔츠 한 벌 코스로 돌리면 세탁부터 건조까지 35분에 끝낼 수 있고요."

▶소음이 많이 나지는 않나요?
"건조기 소음은 크게 두 종류인데요. 세탁물에 달려 있는 단추 등이 부딪히는 소리와 건조코스가 끝나 열기를 뺄 때 컴프레셔 팬이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컴프레셔 팬 소리는 냉장고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예전 제품보다 소음이 많이 줄었어요. 단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청바지는 건조기에 돌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큰 단추로 인해 다른 옷감이 손상될 수 있고, 청바지가 열을 받으면 잘 줄어들거든요.

▶다른 색상은 없나요?
"이번에는 화이트와 블랙만 출시됐는데 앞으로 추가 색상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핑크, 베이지, 그린 등 색상이 새로 나옵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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