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세계 3대 중앙은행이 보유한 총자산이 급증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전대미문의 불황에 빠진 글로벌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서면서다.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기업어음(CP) 등까지 대거 매입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올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규모가 6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9~2018년 9년간 글로벌 QE 규모의 절반을 넘는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 매입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자국에서 발행한 채권의 15%가량을 중앙은행이 보유하게 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의 대장 격인 Fed가 보유한 총자산은 27일(현지시간) 현재 6조5000억달러(약 7957조원) 정도다. 불과 2개월 만에 50% 급증했다. 일본은행과 ECB의 총자산은 각각 610조엔과 5조유로로 달러 기준 3대 중앙은행의 총자산은 17조4962억달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지난해 세계 GDP 90조8475억달러의 19.26%에 달한다.

세계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총자산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4조달러 규모의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Fed의 자산은 올해 말 10조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행과 ECB도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기 때문에 세계 GDP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채시장에서의 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정부의 코로나19 경제대책에 발맞춰 국채 매입 규모를 대폭 늘린 결과다. Fed와 일본은행은 각각 5000억달러와 80조엔이던 국채 매입 한도를 없앴다. ECB도 국채 등 7500억유로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작년 말 현재 1132조엔 규모인 일본 국채의 43.7%는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보험사(19.5%) 은행(15.2%) 연기금(6.6%) 등 민간 영역이 보유한 국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2010년만 해도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은 8.9%에 불과했다.

중앙은행들은 회사채시장에서도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이날 일본은행은 7조4000억엔이던 회사채와 CP 매입 한도를 2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회사채시장 발행 잔액의 15%, CP 잔액의 40%에 달하는 액수다. Fed도 미국에서 발행한 회사채의 13%를 갖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은행은 특정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매입 한도를 발행총액의 25%에서 30%로 늘리고, 매입할 수 있는 회사채 만기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Fed는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적격등급(BBB 등급)에서 투자부적격등급(BB 등급)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회사채(타락천사·fallen angel)까지 사들이기로 했고, ECB도 금융회사들이 타락천사를 담보로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