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솔루스·두타 이어 지게차 부문·골프장도 내놓는다
두산그룹이 27일 발표한 자구안(재무구조 개선계획)에는 자체적으로 3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오너 일가 사재출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게 두산 측의 설명이다.

두산은 계열사 지분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매물들에 ‘제값’을 쳐준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는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주)두산과 오너 일가의 두산솔루스 지분은 61%다. 지난달 중형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이 지분을 60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추진했지만 막판에 무산됐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정해 공개매각으로 전환한 상태다. (주)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으로 약 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돈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솔루스·두타 이어 지게차 부문·골프장도 내놓는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부동산도 매각 대상이다. (주)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는 채권단 실사 결과, 최대 8000억원에 팔 수 있다고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추산 가치(54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주)두산이 두산타워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4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최대 4000억원이 남는다. 여기에 (주)두산이 강원 춘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 라데나CC, 두산중공업 소유인 강원 홍천의 클럽모우CC를 팔면 추가로 50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 (주)두산 산업용 차량(지게차) 사업부문, 두산중공업의 수처리 플랜트 사업부문, 두산건설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게차 사업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데다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업종”이라며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일부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매수자를 찾고 있는 두산건설은 중견 건설회사에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채권단은 두산 측의 자구 노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기존 1조원이었던 한도대출을 1조8000억원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추가 지원이 이뤄지면 만기가 닥친 차입금 걱정 대신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 내 주요 계열사 실사에서 매각 대상 계열사와 사업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 의뢰로 실사 중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2월 (주)두산 자회사인 두산솔루스의 헝가리 사업장을 둘러봤다”며 “두산 그룹 내 알짜 매물을 추려내고 있다”고 전했다.

매각 작업을 성급하게 추진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적 파급 효과를 따져본 뒤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산이 운영하던 국가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이날 두산그룹이 발표한 자구안에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그동안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계열사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두산 측에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해왔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뒤 우량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지분을 투자회사에 몰아주고, 이 투자회사를 (주)두산 아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두산중공업과 자회사인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에서 따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