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용노동부 소속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별도의 산업안전보건청으로 격상하자는 노사정 합의가 나왔다.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2018년 고용부 ‘적폐청산위원회’(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권고했던 사안이다. 산업안전 행정의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경영계 일각에서는 또 하나의 ‘친(親)노동 규제기관’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27일 서울 광화문 경사노위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 공식 명칭은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다.

합의문 주요 내용은 △과로사 예방을 위한 조사·연구, 교육·홍보·지원 등 종합적 개선 방안 마련 △법·제도 개선 여부 검토를 위한 업종별 근무형태 및 노동시간 실태조사 추진과 노사정 참여 태스크포스팀(TFT) 구성 등이다.

산업안전 행정 체계 개선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시스템 개편을 검토·추진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은 산업안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노동계가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안건이다. 2018년 7월 고용부 적폐청산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검토 등을 포함한 최종 권고안을 내자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큰 의미가 있는 권고안이며 실행이 관건”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번 합의로 산업안전 행정 체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며 “합의 후속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날 합의문에 도장은 찍었지만 조직 신설과 관련해 우려하는 기색이다. 경영계는 ‘조직구조 개편은 제재 위주의 사후감독을 지양하고 기업의 예측 가능성 확보와 자율적 재해 예방능력 제고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조항을 넣자고 요청해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논의가 시작되면 조직 설립의 적정성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산재예방 감독기관이 외청 형태로 돼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이다. 반면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한국처럼 중앙부처의 국 단위로 분산돼 있다.

전형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전문가 중에도 독립된 외청 시스템이 나은지, 현행 체계가 나은지에 논란이 많다”며 “중장기 과제인 만큼 추후 노사정이 다시 모여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이 현실화하면 정부 조직은 현행 18부·5처·17청에서 18부·5처·18청으로 바뀐다. 부·처·청 체계로는 역대 가장 큰 정부였던 노무현·이명박 정부(18부·4처·18청)를 넘어선다. 정부 조직 관리를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정부 조직 확대에 대한 비판 등을 고려해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