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올 1분기 체감경기가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악으로 나타났다. 중국 진출 기업 10곳 중 9곳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산업연구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경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18곳을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했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나쁨’을, 높으면 ‘좋음’을 의미한다.

올 1분기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의 BSI는 시황 22, 매출 20이었다.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뒤 최저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64포인트, 7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현지판매는 전분기 대비 75포인트 떨어졌다. 영업환경 BSI는 49포인트 하락한 2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BSI가 19로 직전 분기 대비 76포인트 급락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크게 떨어진 자동차 업종은 매출 현황 BSI가 88포인트 급락한 9에 불과했다. 모든 업종에서 기준점인 100을 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10~20대에 머물렀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현지 수요 부진’(31.2%)을 꼽았다. 이어 ‘수출 부진’(19.3%), ‘인력난·인건비 상승’(9.2%), ‘경쟁 심화’(7.3%) 순이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묻는 문항에는 전체 기업의 89.9%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48.2%였다. 부정적 영향의 세부 내용으로는 ‘상품·서비스 수요 저하’(58.0%)가 가장 많았다.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활동’(44.7%), ‘공급망 차질’(43.4%)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2분기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매출 전망 BSI는 111로, 3분기 만에 100을 넘었다. 현지판매와 한국재판매 전망 BSI는 각각 100을 넘긴 115와 103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한국 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란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