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주요 금융지주사 실적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와 얼어붙은 금융시장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 신한금융은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수성하며 KB금융과의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경고음’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파장을 2분기에 얼마나 방어하느냐에 따라 주요 지주 간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 직격탄'…금융지주사 실적 '빨간불'
신한금융, ‘리딩금융’ 왕좌 지켜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순이익 9324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9184억원 대비 1.5% 늘었다. 전날 KB금융은 같은 시기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729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700억원 규모였던 두 지주 간 순이익 격차는 2000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3위 금융지주인 하나금융도 올 1분기 657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20.3% 증가했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세 지주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저금리 여파로 증권, 보험 등 주요 계열사 영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손실이 늘었다. 신한금융의 ‘실적 방어’에는 2018년 인수한 생보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효과가 컸다. 올해 초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익이 약 230억원 늘었다. 지난해까지는 이익의 59.15%만큼만 실적에 잡혔다. 여기에 지난해 4월 1일부터 편입된 아시아신탁의 이익을 제외한 1분기 순이익은 9007억원으로 추산된다. 자회사 편입 효과가 없었다면 이익이 지난해 1분기(9184억원)보다 177억원 감소한 셈이다.

KB금융은 타격이 더 컸다. 투자 부문 손실이 더 컸고 신한금융처럼 새로 추가된 이익 요인도 없었다. 외화 채권, 신탁, 유가증권 운용 등에서 평가손실이 생기며 1분기에만 2773억원의 기타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KB증권은 214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다만 은행 원화대출 영업이 성과를 내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적을 방어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실적에도 일회성 요인이 많이 반영됐다. 지난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발생한 희망퇴직 비용(1260억원)이 지난해 1분기 순이익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1분기 경상기준 순이익은 6720억원 수준이다. 올 1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0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2분기 본격 시험대 오를 듯

주요 금융지주들의 실적 악화는 이제 초입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와 대출 부실 등 악재가 다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지난해까지 쌓아온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선방하면서 지주 실적을 지켜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2분기부터 타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이미 올 1분기 세 은행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 경기 침체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들의 연간 이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지주들은 2분기부터의 실적 방어 여부가 올 한 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