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횡령…무너지는 '여자 백종원'
성공한 외식 사업가, 언론사 출신 재원, 지적인 외모와 말솜씨를 갖춘 방송인….

이여영 월향 대표(39·사진)는 10년 간 외식업계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2010년 2월 서울 홍대 앞에 월향 1호점을 내며 “영세 막걸리 제조업체 고충을 듣다 격분해 직접 막걸리 전문점 월향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의 창업 스토리는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졌다. 한때 월향을 비롯한 10개의 브랜드를 굴리며 ‘여자 백종원’으로도 불렸다. 여러 방송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명성이 허물어지고 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느라 자금난에 빠지면서 경영상의 문제점이 밝혀졌다. 월향 직원들의 임금은 수개월 째 체불되고, 식자재 납품업체에는 제 때 대금을 치르지 못했다.

거래처 피해 규모와 피해 업체 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업체당 작게는 3억, 많게는 6~7억까지 대금이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을 받지 못한 월향 거래처들은 모두 파산위기에 몰렸다. 심지어 이 대표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법인 계좌의 돈까지 동의 없이 손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월향 직원들과 배우자가 이 대표를 고소하면서 이런 사정이 드러났다.

이 대표 남편인 임정식 씨는 한국인 최초 미셰린 가이드 2스타를 받은 스타 셰프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개원에 맞춰 2018년 곰탕집 평화옥을 열였다. 임 셰프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옥을 폐업해야 할 것 같다"며 "자금력을 지닌 탄탄한 회사였지만 일부 임직원 일탈로 지난 2년여 간 40여억원의 빚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명의가 도용돼 계좌의 자금이 빠져 나갔고 이로 인해 평화옥의 직원 임금과 식자재 납품대금도 밀려있다는 것이다. 임 셰프는 이 대표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과 이혼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월향의 몰락이 예정된 일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100% 직영으로 신규 점포를 내면서 쉽게 자금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점포를 낼 때마다 수억원씩 빚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월향은 2018년까지 점포 수를 15개까지 늘렸다. 일본 오사카에도 분점을 냈다. 하지만 점포 당 수명은 2년을 넘기지 못했다. 숙성회를 파는 조선횟집 등 월향이 따로 낸 브랜드도 적지 않다.

이 대표의 공격 경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합작 브랜드도 냈다. 프랜차이즈 기업 놀부와 협업해 북한요리 전문점 '요리집 북향' 을 출점하기도 했다. 연안 식당을 운영하는 디딤과도 합작 브랜드 '보름달양조장'을 냈다.

올해 초 시중보다 저렴한 간장게장을 직매입해 팔겠다며 온라인 플랫폼 텀블벅를 통해 펀딩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간장게장은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살이 모두 흘러나오고 품질이 엉망이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새벽배송업체 관계자는 "간장게장은 배송과정에서 상하기 쉬운 극신선 식품이어서 쉽게 취급하기 어려운데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월향은 놀부·디딤과 합작 운영 중인 곳을 제외하고 11개 매장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식업 컨설턴트는 "외식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며 "기초 없이 쉽게 브랜드를 늘리고 매장을 확장하는 방식은 쉽게 자금난에 빠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