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업종은 하나의 예로 든 것"

직격탄 맞은 정유·화학 빼놓고
저유가 수혜 전력은 되레 넣어
주먹구구식 발표에 산업계 혼란
정부가 40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7대 기간산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정유 등은 제외된 반면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전력과 통신이 포함된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해명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도 정하지 않은 채 지원 업종을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졸속 선정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어제(22일) 발표한 7대 기간산업은 하나의 예로 든 것이고 아직 지원 산업 분야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발표가 나온 다음날에야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정이 미리 지원 대상 기간산업을 정해 혼선을 줄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2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한국의 기간산업을 항공·해운·조선·자동차·일반기계·전력·통신 등으로 정하고,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해당 기업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경제계는 곧바로 정부가 정한 7대 기간산업의 선정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정유회사들은 올 1분기에만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예상될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정유를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말했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도 “세계 5위 정제 능력을 갖추고 각종 산업 생산의 기초가 되는 정유·석유화학산업이 기간산업이 아니면 어떤 산업이 기간산업이냐.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지원 업종을 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전력과 통신산업을 코로나19 피해 기간산업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도 산업계에선 말이 나오고 있다. 전력 분야는 국제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선 비용은 줄고 이익이 늘면서 최근 한국전력 주가가 반등할 정도로 코로나19의 수혜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금융위원회가 7대 기간산업을 정해 발표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아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7대 기간산업을 선정한 것은 아니다”며 “금융위의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7대 기간산업의 조정은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원 여부를 확정하려면 다시 국회를 신경 써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말했다.

김재후/박종서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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