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22일 임원회의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는 별도로 원포인트 노사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정부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양대노총 '해고 금지' 협공 예고…勞에 더 기울어진 운동장 되나
4·15 총선 뒤인 17일과 1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1998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사노위)를 탈퇴한 이후 22년간 복귀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밖 원포인트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역제안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기존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가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20일 경영계를 만나 설득하는 등 민주노총 요구에 힘을 실어주면서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은 급물살을 탔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라는 말까지 들으며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지만, 지난해 말 조합원 수 기준으로 제1노총 지위를 뺏기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3월 한 달에만 일시 휴직자가 160만 명 이상 나오고 대량 실업이 현실화하면서 노사정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노총이 오는 29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화 참여 방침을 추인할 경우 이르면 바로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커졌다.

양 노총이 요구하는 핵심은 기업의 ‘해고 금지’다. 이를 전제로 정부가 금융 지원을 하라는 요구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비상경제회의에서 90조원 규모의 정부 추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고용 유지를 전제한 것도 노동계 요구를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처럼 노동계 요청에 정부가 힘을 실으면서 경영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경영계는 우선 기업을 살려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겠느냐며 노사정이 고통 분담에 머리를 맞대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타낸다.

노동계는 해고 금지 외에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취약계층 생계지원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의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경영계는 위기 극복에 필요한 임금 삭감,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 불가피한 요구는 노동계가 묵살해버릴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외국의 경우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간 사회협약은 노동계의 임금 동결, 경영계의 고용 보장, 정부의 세제 지원 및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초를 둔다. 모두 요구사항보다는 자신들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내세운 것이다. 세계대전 중에 전시노동위원회를 운영했던 미국도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 자제와 경영계의 적정 임금·복리후생 보장을 전제로 정부가 분쟁을 해결하고 각종 세제 지원에 나섰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광주형 일자리 협약이 깨진 것도 노측이 조직적인 이해관계에만 집착한 결과”라며 “노조도 국가적 위기를 맞아 고통 분담에 나설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