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홈스쿨링 시대 장바구니 대해부

2월23일 1차 개학연기 되자
생수·햇반 등 비상식량 담아

2차땐 "오랜만에 집밥 해볼까?"
오이 등 신선야채 3~4배 팔려

3차땐 "세끼 차리다 죽겠네 ㅠㅠ"
냉동 돈가스 등 매출 1000% 뛰어
'돌밥돌밥'과의 기나긴 전쟁…엄마들은 결국 이걸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첫 개학 연기 후 61일이 지났다.

이 기간 대한민국은 거대한 ‘홈스쿨링’의 시험장이 됐다. 네 번에 걸친 개학 연기, 온라인 개학은 맞벌이 부부와 육아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놨다. 아이들이 대부분 집에 머물면서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 하루 다섯 끼를 먹는다는 뜻의 ‘꼬마 오식이’,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한다는 ‘돌밥돌밥’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마켓컬리, 11번가, SSG닷컴과 종합식품회사 온라인몰에서 개학 연기가 발표 때마다 어떤 품목이 많이 팔렸는지 조사해봤다. 온라인 소비 패턴은 개학 연기 발표 시기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생수·햇반·국 잘 팔린 ‘비상식량’ 비축기

'돌밥돌밥'과의 기나긴 전쟁…엄마들은 결국 이걸 꺼냈다

소비 패턴은 크게 5단계로 요약됐다. 1차 연기 발표 후 식량비축기→2차 요리 도전기→3차 돌밥돌밥 시기→4차 간식 무한리필 및 무장해제기→온라인 개학 후 안정기로 들어갔다.

1차 개학 연기는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지 약 1주일 뒤 나왔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로 오를 때와 맞물려 햇반, 생수 등의 ‘비상 식량’이 잘 팔렸다.

마켓컬리에서 갈비탕 등 국·탕류의 판매량은 2월 23일부터 3월 1일 사이 전주보다 338% 상승했다.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쌀국수 매출은 235%, 냉동만두 매출은 109% 늘었다. CJ더마켓에서는 햇반, 생수 등과 함께 장기 보관이 가능한 각종 가정간편식(HMR) 판매도 80% 이상 늘었다.

‘건강식’ 요리하는 ‘직접 요리’ 도전기

3월 초 2차 개학 연기 이후에는 가공식품이나 간편식보다 신선식품과 재료를 일부 손질해 간편히 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류가 잘 팔렸다. 직접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주자는 의욕이 넘치는 시기다.

오이와 무, 애호박 등 요리에 두루두루 쓸 수 있는 채소류의 매출 증가폭도 두드러졌다. 오이는 전주 대비 400% 이상 많이 팔렸다. 무와 애호박도 300% 안팎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밀키트류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개학 연기가 겹친 영향이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쿠킷의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고, 에어프라이어 전용 냉동식품의 매출도 50% 늘었다.
'돌밥돌밥'과의 기나긴 전쟁…엄마들은 결국 이걸 꺼냈다

‘돌밥돌밥’→무장해제기

3월 중순부터는 지친 엄마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맘카페 등의 육아 커뮤니티에서 “남편과 둘 다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 둘까지 집에 있으니 눈떠서 잠들 때까지 밥만 한다”는 말이 나왔다. ‘돌밥돌밥’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기왕이면 집에서 건강식을 만들어 먹자’는 분위기도 바뀌었다. 마켓컬리에서 냉동 돈가스 판매량은 3월 17일 주간에 전주 대비 1419%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간식용으로 꾸준히 주목받던 떡볶이도 판매량이 296% 늘었다. SSG닷컴에서도 냉동밥과 핫도그 판매량이 전주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4차 개학 연기가 발표된 3월 31일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무장해제기’라는 분석이다. 주요 온라인몰에서 떡갈비, 찹스테이크 등 가열만 하면 되는 반조리 식품이 많이 팔렸다. 일명 ‘간식의 시기’다.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홈베이킹 재료는 물론 팬케이크, 냉동피자, 치즈스틱, 캔디류, 케이크 등의 간식류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렸다.

‘한입’ 제품과 밥 반찬 쏟아져

'돌밥돌밥'과의 기나긴 전쟁…엄마들은 결국 이걸 꺼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요 식품과 유통회사들은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등 장난감 모양을 한 ‘토이쿠키’,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면 바로 완성되는 치킨너겟과 멘보샤 등이 주요 브랜드에서 출시됐다. 또 아이들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한입 돈가츠’, ‘미니핫도그’와 육아 대디들을 위한 ‘아빠가 만든 우동’ 등의 신제품도 등장했다.

육아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식품 판매도 늘었다. 동원몰 등에서 육포 제품은 2월 대비 3월 매출이 37% 늘었다. 주요 온라인몰에서 막창, 닭발 등의 안주용 간편식 매출도 2월 대비 3월에 60% 이상 증가했다. 빠르게 간식 등 조리가 가능한 에어프라이어는 올 1분기 각종 몰에서 전년 동기 대비 40~50% 이상 많이 팔렸다.
金겹살 된 삼겹살…구글 검색 트렌드에 답 있네

구글 트렌드 검색 통계로 본 코로나19 먹거리
'간식' '떡볶이' 등 개학 연기 발표 따라 검색 급증
2~4월 목,금에는 '삼겹살' 인기…가격도 상승

구글 검색 트렌드가 개학 연기 발표 시기와 연동돼 크게 움직였다. 한국경제신문은 구글 트렌드 지수를 통해 지난 90일을 기준으로 검색 빈도가 가장 낮은 검색어를 0으로 뒀을 때의 상대적인 수치를 산출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검색 빈도가 늘었다는 뜻이다.

'돌밥돌밥'과의 기나긴 전쟁…엄마들은 결국 이걸 꺼냈다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와 육아맘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간식’이었다. 지난 2월과 3월 개학 연기 때마다 구글 검색창에 간식을 검색한 빈도가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1차 개학 연기가 있었던 2월 23일에는 검색 지수가 전일(5)의 세 배 수준인 15를 기록했다. 2차 개학 연기 발표가 있기 전날과 다음 날에는 26~29로 올랐다. 온라인 개학일 다음 날인 4월 10일에는 간식을 검색한 구글 트렌드 지수가 지난 90일 중 최고인 30까지 올랐다.

‘삼겹살’은 개학 연기 이후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검색 빈도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이전 구글 검색 지수 20~30대 구간에 머물렀던 삼겹살 지수는 개학 연기 발표가 난 주말마다 40~60으로 치솟았다. 검색 후 실제 소비로 이어지면서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가격이 연동돼 주말마다 상승했다.

국내산 냉장 삼겹살(100g) 가격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월 17일 1584원에서 3차 개학 연기가 있던 3월 9일 1900원을 넘어섰다. 지난 22일엔 2000원을 돌파했다. 삼겹살 100g당 2000원을 넘어선 건 올 들어 처음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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