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장률이 -1.4%를 기록한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위축되는 데다 국제 유가도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유가 폭락까지…문앞에 디플레이션이 와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5% 내렸다.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를 뜻한다. 국제 유가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생산자물가는 이달에도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하락세로 전환한 만큼 이달 소비자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상품을 사들이고 서비스를 받으려는 수요는 빠르게 줄고 있다.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릴 ‘수요 압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처럼 수요 압력이 약화되는 것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65년 통계 작성 후 최저치였던 지난해(0.4%)보다 0.1%포인트 더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충격과 국제 유가 급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물가 하락 심리가 확산될 경우 가계는 소비를 미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 값싸게 제품을 사들이려는 유인에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심리에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물가 하락→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소비위축→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수요 압력이 약화되면서 물가는 물론 자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디플레이션으로까지 번지면 이번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