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의 12.5% 이상 의료비 부담 시 중도인출 가능
"퇴직연금 중도인출 신중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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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퇴직연금 중도인출(중간정산)이 깐깐해진다. 중도인출을 고민 중인 가입자라면 요건이 강화되기 전 '막차'를 타기 위한 시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퇴직연금 중도인출 의료비 요건이 강화된다.

퇴직연금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운용하고 근로자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중도인출은 퇴직연금 가운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에서만 가능하다. 중도인출은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택을 사거나 본인 또는 배우자,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을 해야 하는 경우 등에 한해 허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는 연간 임금 총액의 12.5%를 넘는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경우에만 퇴직급여 중도인출을 할 수 있다. 현재는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부상에 따른 요양 비용은 금액과 상관없이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같이 시행령을 개정한 이유는 중도인출 남용으로 근로자의 노후소득이 고갈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중도인출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목돈이 필요할 때 퇴직연금을 우선적으로 정산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은 전년 대비 51.4% 증가한 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도인출 사유로는 의료비 명목인 장기 요양이 47.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택구입(35.2%), 주거임차(13.9%)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비 중도인출의 경우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 질병의 경중이나 비용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로 인해 임플란트, 고혈압 등 상대적인 경증으로 중도인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로 지적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더욱 늘고 있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에 손대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A 보험사의 경우 올 1분기 의료비 명목의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B 증권사도 정확한 수치 공개는 거부했으나 같은 기간 중도인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퇴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중도인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퇴직연금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세무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목돈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아서 대출이자를 낼 것인지,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해 퇴직소득세를 낼 것인지 두 비용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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