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는 유튜브로, 헌금은 앱으로.”

[단독] "온라인 예배시대 헌금은 앱으로"…국민은행, 교회전용 결제앱 출시
개신교 신자인 대학원생 김모씨(24)는 일요일 오전마다 교회에 가는 대신 유튜브를 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주 ‘온라인 예배’를 보고, 계좌 이체로 헌금을 하고 있다. 청년 신도가 많은 이 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예배와 함께 온라인 헌금도 도입했다. 김씨는 “아직 어색해하는 신도가 적지 않지만, 예배를 볼 때마다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진 건 장점”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종교 영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가 늘어난 영향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달 ‘디지털 헌금바구니’ 서비스를 출시한다. 헌금을 계좌이체로 받는 교회는 있었지만 헌금 전용 페이 앱이 출시되는 건 처음이다. 앱을 내려받아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설정하면 준비는 끝난다. 헌금 방식은 카카오페이 등 일반 간편송금과 같다.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 누르면 연동한 계좌에서 교회로 송금된다.

앱에는 모바일 헌금의 반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고민이 담겼다. 주일헌금, 감사헌금, 십일조헌금 등 종류에 따라 ‘헌금봉투’를 고를 수 있다. 헌금봉투에 원하는 기도문을 쓰고 납부계좌를 선택하면 헌금봉투가 ‘헌금바구니’ 속으로 들어간다. 자신이 매주 어떤 기도문을 썼는지 조회도 가능하다. 가족을 대리헌금자로 지정하거나 한 번에 여러 종류의 헌금을 낼 수도 있다. 일부 교회와는 온라인 예배 중 별도 앱을 구동할 필요가 없도록 자체 홈페이지와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서울 지역 10여 개 교회와 협의하고 있다. 대부분 신도 수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인 소형 교회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배가 중단돼 임차료도 못 내는 처지가 된 소형 교회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오픈뱅킹 시행으로 국민은행 등 16개 은행 계좌에서 수수료 없이 헌금할 수 있다. 다른 종교로 확장하기 위한 협의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개발했지만 정작 앱에서 국민은행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다. 이 앱은 다른 업체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구축해주는 사업인 ‘KB스타플랫폼’을 활용했다.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대표는 “은행으로서는 돈이 안 되는 사업이지만 기술로 미래를 바꾸는 금융을 하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