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절반 줄이고, 300명 희망퇴직…

제주항공 피인수前 재무개선 노력
정부 경영자금 대상 제외도 영향
이스타항공, LCC 첫 고강도 구조조정 배경은

이스타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업계에서 처음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사업 밑천인 비행기마저 절반가량 줄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16일까지 모든 계약직·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당초 전체 직원 1600여 명 중 700여 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검토했지만, 노조와의 재협의를 통해 300여 명으로 규모를 줄였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목표보다 적으면 정리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인력 구조조정에 더해 리스로 사용하고 있는 비행기 23대 중 10대도 반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이스타항공의 여객점유율은 크게 줄어든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국제·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5%와 9.5%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7곳 중 5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제주항공의 인수 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기업결합심사 전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이스타항공이 LCC 중 유일하게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급휴직 시행을 위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을 진행할 수 없다. 인력을 줄여야 하는 이스타항공으로서는 무급휴직이 유일한 선택지였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LCC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도 이스타항공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에 인수자금 20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이스타항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63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국토교통부 등에 “비행기 대여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산업 특성을 감안해 무담보로 경영자금을 대출해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지원과 관련해 “아직 기업결합심사 등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경영정상화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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