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외국인을 이사로 선임한 기업들이 법원으로부터 무더기 과태료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이사의 등기 절차가 지연되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이사 5명을 신규 선임하고, 2명을 유임했다. 하지만 이들의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적 마감 시한인 이날까지 법원 등기국에 내지 못해 과태료를 물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이사들이 속한 국가의 행정 업무가 마비돼 국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모든 회사는 이사진을 선임할 경우 주총일로부터 2주 내에 관할 법원 등기국에 법인 변경 등기를 해야 한다. 사내든 사외든 모든 등기 이사의 변경에 적용된다. 이를 어길 경우 상법 635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등기를 위해 한국인 이사는 인감증명서만 내면 되지만 외국인 이사는 복잡하다. 선임된 외국인 이사의 취임승락서에 소속 국가가 발행한 아포스티유를 첨부하거나 한국 총영사관으로부터 영사인증을 받아야 한다. 아포스티유란 문서 발행국 정부가 공문서가 정당하게 발급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다. 아포스티유가 부착된 공문서는 아포스티유 협약 가입국에서 공문서로서 효력을 지닌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이사를 선임한 외국계 기업뿐 아니라 일부 한국 기업도 코로나19 탓에 이사 등기 처리가 늦어져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태료 부담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한 국가의 사법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사실이 기업 평판이나 준법감시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들 기업은 정부나 법원이 일괄적으로 이사 등기 기한을 유예하거나 한시적으로 과태료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유럽 등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동이 통제되고, 행정 업무가 마비된 ‘불가항력’의 상황인 만큼 정상적인 등기 서류 준비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등기국을 관리하는 한 법원 관계자는 “등기 기간을 넘게 되면 법상 과태료 발생 사실을 해당 재판부에 통지할 뿐 부과를 유예할 재량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태료는 예정대로 부과하되 회사가 이의제기 절차를 밟으면 재판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