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버팀목으로 여겨졌던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중국의 추격과 시장 위축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만나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수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3458억달러(약 420조4000억원)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시장 규모가 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만 해도 이 기관은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8%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논리였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3월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8%를 3%로 수정했다. 지난 10일엔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다시 의견을 바꿨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게 IC인사이츠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설립 일정을 미루고 있는 데다 주요 부품공장의 셧다운으로 서버 생산도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와 온라인 비대면 수업 확대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IT 기기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D램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전망도 밝지 않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판매가격 상승폭이 기존 전망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업계의 어두운 분위기는 수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7% 감소했다. 4월 통계도 신통찮다. 지난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전체 수출액이 18.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지만 다른 업종의 부진을 상쇄하긴 힘들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17~18%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잠정 공시한 1분기 실적엔 코로나19 영향이 덜 반영돼 있다”며 “구글, 아마존 등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단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