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추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농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추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얼갈이배추를 생산하는 농부 차영성 씨(60)는 요즘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차씨는 ‘외국인 노동자 떠난 농촌 구인전쟁’(한경 4월 4일자 A2면 참조) 기사 취재 과정에서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내용은 봄철이 되면서 수확해야 할 작물이 많고 마트에서 요구하는 물량도 늘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이 제한돼 심각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이 한경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농번기 일손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가서 일하고 싶다” “어떻게하면 도와줄 수 있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차씨는 전했다.

지난 6일에는 군부대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장병을 동원해 일손을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농가 요청을 받아 수확 철에 군인들이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기사를 보고 군부대에서 먼저 제안하는 경우는 드물다. 차씨는 한 유통업체 임원으로부터도 “임직원들과 함께 농촌 일손 돕기 활동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해보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차씨는 “과분하게 쏟아지는 관심을 받아들이지도 거절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숙련도가 필요한 수확 작업을 경험이 없는 자원봉사자가 와서 할 수 있을지, 농사일을 일일이 가르쳐가며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차씨뿐만이 아니다. 농번기 인력난 문제가 알려지면서 농촌 관련 단체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자체 운영하는 귀농귀촌센터에 한경 보도 후 농번기 단기 일자리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농촌 일자리 문제가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법무부를 중심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법무부는 비자 목적에 맞지 않더라도 일시적으로나마 노동을 허가했다. 이달부터 방문동거(F-1 비자) 자격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5만7000명이 농촌에서 한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대기자 4000여 명에 한 해 계절 근로를 허용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이다. 강원도는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농업인력지원봉사단을 조직해 5000여 명의 인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도시에선 일자리 부족으로, 농촌에선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부터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