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글로벌 교역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이 오랜 기간 고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주요 경제위기와 현재 위기의 차이점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악재가 터졌을 때 세계 교역 증가율이 평균 6%포인트가량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 3년간의 영향을 평균한 수치다. 지난해 세계 교역 증가율은 1%대 초반이었다. 한경연의 분석대로면 올해부터 세계 교역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게 된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위기 때마다 보호무역조치가 강화됐다”며 “이번에도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한국 경제의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실질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GDP갭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경제의 체질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건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GDP갭은 -2.1%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포인트)보다 낮았다. 코로나19 요인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경제 체력이 바닥났다는 얘기다. 조 실장은 “획기적인 정책 전환 없이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 단체들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기업의 크기를 따지며 지원을 미루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71개 업종별 단체의 주장을 취합해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 △특별연장근로 허용 △공공조달 예산 상반기 집행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자제 △세제 지원 확대 등이 공통된 요구였다.

경총 관계자는 “매출과 이익이 급감했지만 사업장 유지를 위한 고정비, 고용 유지를 위한 인건비는 예년 수준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말고 규모에 따라 정책자금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