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2차 양산 사업이 지연돼 수억원 손실을 입었는데 3차 사업마저 미뤄지면 정말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9일 경기 의왕시 현대로템 본사에서 열린 ‘K2전차 3차 양산 착수 협의회’에서 한 부품업체 대표가 한 얘기다. 이날 현대로템 등 14개 핵심부품업체는 3차 양산 계약에 대비해 생산과 부품공급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모였다.

회의에서 현대로템과 주요 협력사들은 방위사업청이 진행하는 K2전차 3차 양산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K2전차 3차 사업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올해 예산 350억원이 편성돼 방사청과의 계약이 예정돼 있다. 현대로템과 관련 업체들은 3차 사업 계약이 올해 체결된다면 2023년까지 전차 납품을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2차 사업이 이미 미뤄진 탓에 3차 사업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2전차 관련 협력사는 1100여 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 중 다수는 2차 사업 지연으로 재고비용 등을 떠안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2차 사업 지연으로 협력사들의 재고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다”며 “3차 사업 계약만이라도 빨리 진행되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K2전차 2차 사업은 2014년 계약이 체결된 뒤 국산 변속기가 내구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2년 넘게 지연됐다. 2018년 국산 변속기 대신 독일 변속기를 도입하기로 결정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