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60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당초 목표보다 60% 이상 늘어난 액수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공모채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국내 기관의 외자 조달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 7일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를 상대로 5억달러(약 61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외국 기관이 EU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산은은 발행 금액보다 약 4.6배 많은 주문을 유치해 당초 목표보다 2억달러 증액 발행했다. 유로본드 채권에 참여한 투자자는 96개사로 주문액은 23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단기 변동금리 채권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많아 흥행에 성공했다고 산은은 설명했다.

예상보다 조달금리도 낮아졌다. 산은이 이번에 발행한 유로본드는 3년 만기 변동금리 채권이다. 발행금리는 달러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 3개월물 금리에 1.45%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최초 제시안(1.80%포인트 가산)보다 0.35%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산은은 “이번 발행은 한국계 기관의 외자 조달 시장 재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국내 금융회사가 외화채 시장에서 달러화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은 산업은행이 처음이다. 한국 기관의 해외 공모채 발행은 지난 2월 산은이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산은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폭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외화 산업금융채권은 AA등급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