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쿠팡, 11번가, 위메프, 티몬도 그중 하나였다. 전략은 단순했다. 이익은 나중에 내고 덩치부터 키우는 것이다. 아마존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아마존 전략’이라고 불렀다. 가격을 내리고, 할인 쿠폰을 끼워주고, 무료로 배송해주는 식으로 사용자를 늘렸다. 2010년대 벌어진 일이다.

오래가진 못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서로 눈치를 봤다. 11번가, 티몬 등이 지난해 속속 ‘덩치 경쟁’에서 빠졌다. 매출이 줄더라도 이익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두가 아마존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레이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쿠팡과 위메프는 당분간 경주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아마존 전략' 지킨 위메프, 버린 11번가…승자는?
위메프, 공격적 투자로 외형 키워

위메프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약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약 5조4000억원) 대비 18.5% 늘었다. 매출은 4653억원으로 8.4% 증가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오픈마켓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고 판매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이전까진 상품기획자(MD)가 좋은 상품을 발굴해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이것을 좋은 상품을 보유한 판매자를 입점시키고 이들이 상품을 잘 팔 수 있게 지원하는 체제로 바꿨다. 외형을 더 키우기 위한 목적이다.

외형은 커졌지만 잃은 것도 있다. 수익성이다. 위메프의 작년 영업손실은 75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390억원 손실)보다 적자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위메프는 올해도 수익 개선보다는 외형 확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작년 말 투자받은 3700억원이 재원이다. 연내 MD 1000명을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상품 구색도 확 늘린다. 기존에는 위메프에서 잘 팔지 않았던 상품들을 보강하기로 했다.

쿠팡도 외형 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매년 급성장 중인 쿠팡은 지난해 7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이는 2018년(약 4조4000억원) 대비 60%가량 증가한 것이다. 작년 거래액 추정치는 12조원에 이른다.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거래액 약 16조원)에 이은 2위다. 올해는 이베이코리아를 뛰어넘을 것이 유력하다.

쿠팡도 최근 오픈마켓에 주력하고 있다. 물건을 직접 사서 보내주는 것(직매입)에서 벗어나 판매자를 입점시켜 이들이 잘 팔 수 있게 돕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투자도 많이 해놨다.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매출 증대 조언을 해주는 ‘판매자 관리센터’ 등이다.

티몬·11번가는 흑자 전환에 주력

티몬과 11번가는 쿠팡, 위메프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11번가는 지난해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이전까지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외형 성장을 포기한 대가다. 11번가의 매출은 지난해 5305억원으로 전년(6744억원) 대비 20% 이상 줄었다. 회계기준 변경 등을 고려한 실제 감소폭은 11% 수준이다. 대대적인 쿠폰 발행과 마케팅 행사를 줄인 영향이었다.

티몬도 비슷하다. 연간 1000억원 넘게 냈던 적자를 지난해 700억원 안팎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3월에 처음 월간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역마진’이 나는 식품과 가전 등의 판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출, 거래액 등 외형은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매각을 검토했던 11번가와 티몬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며 “쿠팡과 위메프는 적자를 보더라도 당분간 확장 위주로 덩치를 더 키우는 것이 전략인 듯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