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이어 기업銀까지…국책銀 임금피크 줄소송
국책은행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은행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삭감된 임금을 되돌려달라는 취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시니어노조 조합원 19명(1961년생)은 최근 기업은행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 근무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총 1억3700만원 규모다. 이들은 만 55세가 된 2016년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규정에 상여금 지급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시니어노조 조합원 169명도 지난해 “직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적용은 무효”라며 6억원대 임금 삭감분 반환 소송을 냈다. 기업은행 시니어노조도 이 소송 결과에 따라 조만간 임금 삭감분 반환 소송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깎인 임금 달라"…국책銀 '시한폭탄'된 임피제
산업銀이어 기업銀까지…국책銀 임금피크 줄소송
국책은행에서 임금피크제 관련 줄소송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은퇴를 앞둔 직원들의 불만이 폭증한 탓이다. 상시 희망퇴직이 사문화되면서 이들 은행의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은행 외 다른 금융 공기업에도 소송 제기를 위한 시니어 노조 설립이 잇따르는 등 ‘임피제 리스크’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인사 적체와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임피제 부당” 줄소송

산업銀이어 기업銀까지…국책銀 임금피크 줄소송
국책은행 중 가장 먼저 소송에 나선 곳은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임피제로 줄어든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자 개별 동의 없이 임피제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소송인단은 169명, 청구 금액은 6억원가량이다. 노조 측은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각 직원이 퇴직 시까지 매달 덜 받게 되는 금액을 추가로 계속 청구할 계획”이라며 “최종 청구액은 1인당 4억~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노조 측 손을 들어주면 해당 은행은 수백억원을 일시에 지급해야 한다. 소송인단이 늘어나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 김성렬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 위원장은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바뀌었는데도 과거 58세 때 기준에 맞춰 55세부터 임피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임피제 마지막 해에는 기존 연봉의 10%밖에 받지 못할 정도로 제도가 불합리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결과는 올 상반기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에서는 승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사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말 경북 문경시 공기업 근로자가 낸 임금삭감분 반환 소송에서 “노사 합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피제를 도입했더라도 근로자 개별 동의가 없으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노사 단체 협약으로 임피제를 시행한 경우에도 조합원이 아닌 직원에게 무조건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피제 적용 직원들은 관리직을 거치면서 노조에서 자동 탈퇴돼 비노조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금융 공기업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기업은행 시니어 노조도 성과급 반환 소송을 우선 진행한 뒤 임금삭감분 반환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시니어 노조도 소송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운영 리스크도 커져

조직 운영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도 임피제의 또 다른 리스크로 꼽힌다. 임피제 직원은 대부분 일선 영업점 직원이 처리한 업무를 검사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부수적인 역할에 그친다. 6개월씩 교육에만 투입하는 곳도 있다. 임피제 직원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 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책은행 임피제 직원 비중은 산업은행 8.6%, 기업은행 3.4%, 수출입은행 3.4% 등이었다. 내년에는 전체 국책은행 직원의 약 10%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뿐 아니라 다른 금융 공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피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더 확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정호 기업은행 시니어 노조 사무총장은 “임피제 직원들은 업무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데도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년을 채우고 있다”며 “이대로 제도를 계속 운용하면 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비효율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