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의 임금피크제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출구’가 될 만한 희망퇴직 제도가 사문화된 탓이다. 예산 문제를 놓고도 정부 기관과 부처 간 견해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특수 채권·펀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금피크제 개선 눈치보기만…"사문화된 명퇴제도 되살려야"
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 국책은행의 상시 명예퇴직 제도가 중단된 이후 아직까지 정부 주도의 제도 개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희망퇴직 상시화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독자적으로 허용해 주기는 어렵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다. 2014년 말 감사원이 국책은행의 명예퇴직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 공기업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달았다.

이후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은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 임금의 45%로 제한됐다. 시중은행 명퇴금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금 규모가 은퇴 자금으로 쓰기에 부족한 수준이어서 대부분 억지로 정년을 채우고 있다”며 “예산 문제에 대해 각 기관 및 부처가 서로 등을 떠밀면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정호 기업은행 시니어노조 사무총장은 “기업은행은 매년 1조원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정부 배당도 큰 규모로 시행하고 있다”며 “잉여 이익금 중 일부를 명퇴 재원으로 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자 사회 진출을 위한 퇴직금 명목의 특수 채권을 발행하거나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명퇴를 시행하고 이후 인건비 감소분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