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최근 크게 떨어지면서 유조선 운임이 폭등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자 원유를 실어나를 유조선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유조선 발주 증가로 국내 조선사들이 혜택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극동 항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운임 지수는 200선을 돌파했다. 최근 보름 새 두 배 이상 올랐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지난 1일 배럴당 20.31달러로 떨어지면서 원유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증권가에선 이런 시장 상황이 국내 조선사들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조선 발주가 늘어났다”며 “이번에도 유조선 수주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배를 건조하는 데 보통 2~3년이 걸린다”며 “단기 시황만 보고 선박을 발주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떨어진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언제까지 증산을 이어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低)유가가 장기화하면 부가가치가 큰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할 수 있다. 실제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1년 전(810만CGT)에 비해 71% 줄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카타르 모잠비크 등에서 한국 조선소의 주력인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늘어야 본격적인 수주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