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회계결산을 하면서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하기 위해 과거에 쓰지 않았던 기준을 새로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기준으로 계산했다면 연금충당부채가 100조원가량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7일 내놓은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서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작년 말 944조2000억원으로 2018년(939조9000억원)보다 0.5%(4조3000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의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서 2016년 752조원이었던 연금충당부채는 2017년 845조원, 2018년 939조원으로 급증했다.

2019년 연금충당부채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기재부가 임금 및 물가상승률 장기 전망치를 바꿨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2015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사용됐던 임금·물가상승률을 썼지만, 2019년 결산 때는 ‘2020년 장기재정전망’에 쓰인 수치를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김선길 기재부 회계결산과장은 “기존 물가상승률은 2.4~2.7%, 임금인상률은 5%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았다”며 “회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올해부터는 202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사용한 임금·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기존 기준을 활용했다면 연금충당부채는 1040조4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규모(944조2000억원)에 비해 96조2000억원 더 많은 금액이다. 기존 기준으로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했다면 국가부채도 1800조원을 넘게 된다.

물론 최근 상황을 반영한 장기전망치를 활용해 결산하는 것이 회계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발표 예정인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2019년 회계결산에 적용한 것이 옳은 회계 처리인지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가 국가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발표되지 않은 자료를 앞당겨 사용하는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하반기에 발표된 2015년 장기재정전망은 2016년 초 발표한 2015년 회계결산부터 적용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