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때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기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고려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韓 '역성장' 가시화…11개 기관 평균 성장률 전망 -0.9%
5일 주요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11개 기관이 내놓은 올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9%였다. 전망치를 발표한 기관은 스탠다드차타드, UBS,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피치, 캐피털이코노믹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나티시스, 아시아개발은행(ADB)이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6곳이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한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6.7%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0%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UBS(-0.9%), 스탠다드차타드(-0.6%), 피치(-0.2%) 등도 한국이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비관적인 노무라증권을 제외해도 역성장을 전망한 기관들의 전망치 평균은 -0.3%였다.

한국이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한다고 해도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 기관이 다수였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0.2%, 씨티와 크레디트스위스는 각각 0.3%, 나티시스는 0.9%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기구인 ADB는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1.3%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1분기부터 침체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와 크레디트스위스는 한국 경제가 1~2분기 모두 역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피치는 1분기(-0.3%)보다 2분기(-3.0%)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침체에 빠진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분기∼1998년 2분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인 2003년 1~2분기 등 두 차례에 불과하다.

한국의 성장률이 줄줄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어서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침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소비가 줄고, 유로존도 올해 1분기 역성장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중국도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 충격과 소비 절벽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제 위기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