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V자 반등 기대는 비합리적…'동학개미'들 안전불감증 걱정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세계 증시의 센티먼트(전문가집단 예측)와 정반대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재무관리 역량을 넘어선 투기적 매매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자산관리 핀테크업체인 AIM(에임)의 이지혜 대표(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국내 증시 개인투자자 매수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퀀트(계량분석) 기반 자산운용사인 아카디안 출신으로 상장지수펀드(ETF) 기반 투자자문 서비스인 에임을 2017년 출시했다. 세계 각종 자산과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잘 담는 것’만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연 7~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에임은 30~40대 중·고소득 직장인의 입소문을 타고 최근 회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관리 자산은 약 2000억원으로 최근 3개월 새 두 배로 불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대량 매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고, 인버스(역방향) 베팅하는 사례가 늘었다. 외국계 자금의 매도세를 개인이 모조리 받아내며 증시를 끌어올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 다수가 증시가 ‘V자’로 회복될 것이라는 비정상적 사고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저점’이 지금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위기가 아직 기업 재무제표에 반영되기도 전”이라며 “증시가 얼마나 떨어질지, ‘U자’ 회복을 할지 ‘L자’로 초장기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 일변도를 ‘안전불감증’에도 비유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점을 찍은 뒤에도 다시 ‘세컨드 피크’가 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어닝 쇼크가 증시에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빚까지 내 투자한 일부 개인투자자는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에 응하기 힘들고, 눈물을 머금고 손절매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현재 리스크프리미엄(무위험 자산 대비 초과 수익률)은 2008년 최악의 금융위기 시점의 절반가량”이라며 “아직 역사상 기록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다”고 했다. 물론 ‘버티면’ 승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관점은 언제나 옳다”며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인지,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합리적이고 계량적인 이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의 지키는 자산관리’를 강조했다. “금과 국고채 등 안전자산 비중을 최소 70%까지 높여야 할 때”라고 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현저히 낮추고, 달러화 자산도 마련해두는 게 세계적인 ‘스마트 머니’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자산 배분만으로도 위기를 버팀과 동시에, 경기 회복기에는 연 7~8%의 안정적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증시가 조만간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만큼 엄청난 실망이 올 것에 대비한 감정적, 물질적(재무상태) 준비가 돼있는지 되돌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이는 건 회복세가 시작된 뒤에도 늦지 않다”며 “자본시장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최저점에서 다시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300일, 최대 500일’이 걸렸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