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버틸 체력이 있지만 신용판매가 더욱 위축되고, 자본시장이 경색돼 조달 비용이 급증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발(發) ‘카드론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3~4개월 버틸 자금은 확보했지만…자영업자發 '46조 카드론 폭탄' 터질 수도
“서너 달 버틸 돈은 확보돼”

카드업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2002년 ‘카드대란’과 같이 커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에 신용 경색이 겹치면서 촉발된 카드대란은 업계 1위 LG카드(신한카드로 합병)를 무너뜨렸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삼성카드에 2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외환·국민·우리카드는 모은행에 편입돼 수년간 은행 내 ‘카드사업부’로 지내야 했다.

카드사들은 ‘2002년의 교훈’을 계기로 변화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말고도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고, 싱가포르와 유럽 등으로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찍어 자본금도 늘렸다. ABS는 최근 들어 신규 발행이 막혔지만, 차환 목적의 발행은 끊기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는 ‘비상수단’도 갖고 있다. 유사시 지주사가 카드사 지원 용도로 채권을 발행해 카드사에 투입할 수 있다. 은행별로 ‘마이너스 통장’처럼 꺼내 쓸 수 있는 한도대출 약정과 예금잔액을 초과하는 돈을 빌려주는 당좌차월 약정도 카드사의 ‘안전판’으로 여겨진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현금 및 예치금,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약 1조4000억원의 자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이 완전히 막혀도 ‘최대 120일은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마련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여전채를 매입하기 시작하면,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은 카드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드론이 위기 촉발할 수도

코로나19 사태가 실물 위기로 나타나면서 카드사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항공사들은 신용카드사에 약 600억원의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및 소비와 연동돼 있는 신용카드업 특성상 소매판매 업종의 부실도 카드사에 충격을 주고 있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카드 대금 이자 면제, 연체자 등록 유예, 확진자 대출추심 금지 등의 자체 지원책을 내놨다. 이달부터는 피해를 본 사업자에 대해 최장 6개월간 카드론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카드사들은 ‘6개월 후’를 걱정하고 있다. 돈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급증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규모는 총 46조원이다. 카드론 사용자의 60~70%는 다른 은행과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은 신용등급 4~6등급의 다중 채무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오르고, 늘어난 대손충당금으로 이익이 줄면 올해 말에 적자를 내는 카드사가 나올 것”이라며 “다중 채무자의 연체율 증가는 2금융업권과 시중은행 등으로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