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농가 일손 못 찾아 '발동동'
올해 더 심해진 일손 부족

농번기 인력 수요 평소의 10배
양파·파·감자 등 작물 수확
1~2일만 늦어도 상품성 떨어져
< 귀해진 외국인 노동자 > 경기 고양시의 한 하우스 농가에서 3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갈이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고양=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귀해진 외국인 노동자 > 경기 고양시의 한 하우스 농가에서 3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갈이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고양=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일당 13만원을 준다고 해도 마늘밭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요. 작년엔 8만원만 줘도 차고 넘쳤는데….”

경남 창녕 마늘 농가에서는 요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 20일부터 마늘 수확이 본격 시작되는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한 태국과 베트남 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상황은 이웃들도 똑같다. 농정 역사상 처음으로 ‘선불제 임금’까지 등장했다. 경남의 한 농가 작업반장은 지난주부터 ‘일당 13만원을 선지급한다’는 공고를 냈다. 5월과 6월 날씨가 따뜻해지면 양파, 감자 등 주요 작물은 수확일을 하루, 이틀만 넘겨도 썩어서 모두 버려야 한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젊은이든 고령자든 급여를 인상하거나 선급여를 줘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수확을 마쳐야 할 판이다.

구조화된 농번기 인력난

지난해 전국 농가에서 지급한 노동자 평균 일당은 8만5000원이었다. 최저 시급(8350원)에 하루 10시간 노동을 감안한 금액이다. 농가 일당은 2017년 7만원, 2018년 7만5000원으로 매년 오름세다. 그러나 올해는 그냥 오르는 게 아니라 폭등하고 있다. 창녕에서 마늘 농가 인력관리인으로 일하는 박모씨는 “올해는 일당을 50% 더 줘도 일할 사람을 못 구한다”며 “웃돈을 부르며 일손을 확보하느라 난리”라고 전했다.

농번기 일당이 치솟는 이유는 고질적인 농번기 일손 부족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인력 유입 차질이 겹쳤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촌 인구는 지난 20년간 52% 감소했다. 1995년 485만 명이던 농촌 인구는 2018년 231만 명까지 급감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고령층 인구 비중은 39.3%에서 62.8%로 늘었다.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농번기엔 이런 상황이 악화된다. 3일 농협미래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농번기 인력 수요는 평소보다 최소 10배 이상 뛴다. 지난해 1월 4555명이던 농촌 인력 수요는 4월 5만3546명이었다. 6월엔 13만7842명까지 뛰었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구로 들어오기로 했던 필리핀 노동자 75명의 입국이 모두 연기됐다. 경북 영주도 지난달 입국했어야 할 베트남 노동자 93명을 받지 못했다. 농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배정된 외국인 계절성 근로자 전원의 입국이 취소됐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국길 꽉 막힌 계절성 근로자

돈을 주고 사람을 쓸 수 있으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3만3000㎡ 규모로 얼갈이배추를 재배하는 농부 차영성 씨(60)는 “평소 7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요즘엔 5명밖에 없다”며 “일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무안에서 양파와 마늘 유통을 담당하는 김청필 전남 서남부채소농협 과장은 “인력사무소 여섯 곳이 지난해보다 일당을 올려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와 최장 4년10개월간 일할 수 있는 인력과 계절성 근로자(C-4 비자)로 최장 90일까지 일할 수 있는 근로자다. 정부는 E-9 비자를 받는 쿼터는 5만6000명으로 4년째 동결하고 C-4 비자 발급을 늘리고 있다.

"일당 13만원 선지급"…외국인 노동자 떠난 농촌 '구인 전쟁'

농가에서는 계절성 근로자를 선호한다. E-9 비자 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농한기에도 월급을 줘야 한다. C-4 비자 근로자는 농번기에만 잠깐 쓸 수 있어 부담이 작다. 법무부는 2015년 19명으로 시작했던 계절성 근로자를 올해 4797명까지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코로나19로 무용지물이 됐다.

대안 찾기에 분주한 정부와 지자체

지방자치단체들은 내국인 인력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달 12일부터 인력지원상황실을 개설하고 온라인으로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는 오는 11월까지 내국인 인력 200명을 모집해 농가와 연결해주기로 했다. 제주도는 농번기 인력난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 힘들어지자 도민들을 대상으로 ‘국민수확단’을 구성했다. 4~6월 마늘 수확과 9~11월 월동채소, 감귤 수확 작업을 돕기로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번기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영농철에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하려면 내국인 비중을 높이고 인건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계절성 근로자

농·어번기 일손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취업비자(C-4)로 최장 90일 동안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 고용주가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상·하반기 연 2회 배정한다. 가구당 연간 최대 6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8세 이하 자녀를 두거나 하면 8명까지 채용 인원이 늘어난다.

박종필/김보라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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