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상 머물다 당국 허가로 접안…코로나19 우려에 당일 출항
초대형 크루즈 승객없이 부산 입항…선용품 등 비대면 공급
코로나19 확산으로 갈 곳을 잃고 공해상에 있던 초대형 크루즈선이 기름과 선용품 등을 공급받으러 3일 부산에 왔다.

이날 오전 7시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로열캐리비안사의 퀀텀오브시즈호가 접안했다.

16만7천t급인 이 배는 아시아 지역에서 운항하는 크루즈선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부산 기항을 중단한 지 3년 만에 다시 부산에 왔지만, 관광객은 한명도 타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시아 지역 크루즈 운항이 중단된 이후 공해에 머물다가 기름과 승무원들의 선상생활에 필요한 식품 및 각종 생활용품을 공급받고자 입항했다.

선사의 입항 요청을 받은 부산항만공사는 방역 당국 등과 협의한 끝에 승무원(1천200여명)의 하선은 일절 불허하고, 기름과 선용품은 비대면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입항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선용품은 국내 공급업체가 부두에 내려놓으면 크루즈선이 옆문을 열고 지게차를 이용해 실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초대형 크루즈 승객없이 부산 입항…선용품 등 비대면 공급
품목과 수량 등을 확인하는 검수 절차도 사람이 서로 만나지 않고 이메일로 주고받는 것으로 대체했다.

예전에는 선용품공급업체 직원들이 크루즈선에 올라가서 수량 등을 확인하고 서류에 서명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차단했다고 항만공사는 설명했다.

기름과 물 공급도 마찬가지로 공급업체와 크루즈선 승무원이 전혀 접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퀀텀호가 부산에서 공급받은 기름과 물, 식료품 등은 모두 6억여원어치에 이른다.

퀀텀호는 애초 이틀간 기항을 요청했지만, 항만공사 등은 크루즈선에 대한 국민의 우려 등을 고려해 당일 출항하도록 했다.

퀀텀호는 기름과 선용품 공급 등을 마치면 이날 밤늦게 공해상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10일 회의에서 관광 목적의 크루즈 입항을 금지하되 승객 및 선원들이 하선하지 않는 선용품 공급 목적의 입항은 허용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