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대 특급호텔 찾을 수 없게 된 까닭은
최근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몇 통 받았다. “어디에서 호텔을 싸게 예약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달 기자가 쓴 ‘특급호텔도 코로나발 눈물의 세일’(본지 3월 18일자 A21면 참조)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고 보내온 것이었다. 이들은 “막상 예약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싸지 않다”고 불평했다.

기사에 언급된 가격은 ‘팩트’였다. 수차례 확인에 확인을 거쳤다. 서울 5성급 특급호텔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최저가는 아고다에서 지난달에 평일 기준 10만원대 중반이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도 10만원대 후반이었다. 그러나 메일을 받고 가격을 다시 확인했을 때는 훌쩍 올라 있었다. 20만원대 중반이었다.

갑자기 장사가 잘돼서 가격이 올라갔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 객실 점유율은 아직도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호텔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위기에 일시 휴업과 폐업, 유·무급 휴직 등의 비상조치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호텔산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어찌된 일일까. 지난달 ‘눈물의 세일’ 기사가 나간 후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한경 기사에 우리 호텔이 너무 싸구려처럼 나와 난감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후려쳐서 내놓은 적이 없는데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여행사(OTA)에서 자체 행사를 한 탓에 가격이 확 내려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각자 얘기는 달랐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호텔은 싸구려 호텔이 아니다. 품격을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호텔들은 어떻게 해서든 고급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 했다. 이들이 ‘조용히’ 낮췄던 가격을 다시 거둬들인 이유다.

그렇다고 팔리지 않는 객실을 비싸게 책정해 놓는 것도 맞지 않았다. 고급 이미지를 지키면서 영업도 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 그래서 나온 ‘묘수’가 패키지 상품이다.

패키지 상품은 원래 객실에 더해 조식이나 전용 라운지 이용 등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호텔들이 평소에도 많이 하는 마케팅이다. 그런데 최근 나오는 패키지 상품은 ‘붙여 주는 것’이 매우 파격적이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은 1박을 하면 1박을 더 얹어준다. 1박에 24만원짜리 객실을 반값으로 깎은 것이다. 호텔은 ‘체통’을 지키고, 소비자는 ‘실속’을 챙기게 해 주는 마케팅 상품이다. 제주 해비치호텔은 골프를 얹어준다. 20만원대 중반의 숙박비를 내면 18홀 골프 라운딩과 카트 이용, 중식까지 무료다.

호텔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파격적 패키지와 가격 할인 뒤에는 호텔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용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방역과 위생 관리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힘겨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호텔들이 잘 버티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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