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이 하나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오는 6~8일 문을 닫는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전경.  한경DB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이 하나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오는 6~8일 문을 닫는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전경. 한경DB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영업망이 사실상 마비되자 판매량이 급감했다. 기아자동차는 텔루라이드(사진) 등의 판매 호조로 다른 자동차 업체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미국 딜러점 72% 마비”

현대차 美 판매 42% 급감…셧다운 경제 '감염 증상' 심각해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3만6087대를 팔았다고 2일 발표했다. 전년 동월(6만2627대)과 비교하면 42.4% 줄었다. 월 판매량으로는 2010년 2월(3만4004대) 이후 가장 적다. 법인 및 렌터카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대량 판매(플릿 판매)는 작년 3월보다 약 54%, 소매 판매는 약 39% 줄었다. 아반떼(7186대)와 투싼(6358대), 쏘나타(3957대), 코나(3874대) 등 주력 모델의 판매가 대부분 부진했다. 1분기(1~3월) 판매량은 13만4830대로 전년 동기(15만1787대) 대비 11.2% 감소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달 18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오는 13일부터 다시 공장을 돌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가동 중단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딜러망도 마비됐다. 현대차의 미국 딜러점 중 약 31%가 영업을 중단했고, 약 41%는 단축 근무를 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28% 정도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매장을 찾는 소비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미국 시장에선 4월에도 ‘판매 절벽’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앨라배마 공장이 언제 정상 가동할지 불투명한 데다 소비심리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출제한령을 내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세계 2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부진이 계속되면 현대차 전체 실적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루라이드 인기에 선방한 기아차

현대차 美 판매 42% 급감…셧다운 경제 '감염 증상' 심각해졌다
기아차 판매량은 4만5413대로 전년 동월(5만5814대) 대비 18.7% 줄어드는 데 그쳤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등 신차가 인기를 끌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가동 중단 기간(지난달 19~20일, 지난달 30일~오는 10일)이 상대적으로 짧아 생산 차질에 따른 타격도 크지 않았다.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13만6596대에서 올해 13만7945대로 소폭 늘었다. 이날까지 1분기 미국 판매 실적을 발표한 자동차 브랜드 중 기아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픽업트럭인 램만 판매가 증가했다. 렉서스(-15.6%)와 폭스바겐(-12.6%) 혼다(-18.9%) 등 다른 브랜드 대부분은 큰 폭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K3와 스포티지 등 인기 모델에 더해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신차 판매가 나쁘지 않다”며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기아차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미국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는 지난해 2월 출시한 이후 14개월 동안 7만5430대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에도 5153대가 팔려 전년 동월(5080대)보다 소폭 늘었다.

텔루라이드는 ‘2020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북미 올해의 차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