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판매 42% 급감…셧다운 경제 '감염 증상' 심각해졌다
2010년 이후 최악 판매량
앨라배마 공장 가동중단 길어져
車판매점 72% 정상영업 못해
기아차는 텔루라이드로 '선방'
1분기 판매 작년보다 되레 늘어
현대차 “미국 딜러점 72% 마비”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3만6087대를 팔았다고 2일 발표했다. 전년 동월(6만2627대)과 비교하면 42.4% 줄었다. 월 판매량으로는 2010년 2월(3만4004대) 이후 가장 적다. 법인 및 렌터카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대량 판매(플릿 판매)는 작년 3월보다 약 54%, 소매 판매는 약 39% 줄었다. 아반떼(7186대)와 투싼(6358대), 쏘나타(3957대), 코나(3874대) 등 주력 모델의 판매가 대부분 부진했다. 1분기(1~3월) 판매량은 13만4830대로 전년 동기(15만1787대) 대비 11.2% 감소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달 18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오는 13일부터 다시 공장을 돌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가동 중단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딜러망도 마비됐다. 현대차의 미국 딜러점 중 약 31%가 영업을 중단했고, 약 41%는 단축 근무를 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28% 정도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매장을 찾는 소비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미국 시장에선 4월에도 ‘판매 절벽’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앨라배마 공장이 언제 정상 가동할지 불투명한 데다 소비심리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출제한령을 내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세계 2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부진이 계속되면 현대차 전체 실적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루라이드 인기에 선방한 기아차
기아차 판매량은 4만5413대로 전년 동월(5만5814대) 대비 18.7% 줄어드는 데 그쳤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등 신차가 인기를 끌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가동 중단 기간(지난달 19~20일, 지난달 30일~오는 10일)이 상대적으로 짧아 생산 차질에 따른 타격도 크지 않았다.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13만6596대에서 올해 13만7945대로 소폭 늘었다. 이날까지 1분기 미국 판매 실적을 발표한 자동차 브랜드 중 기아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픽업트럭인 램만 판매가 증가했다. 렉서스(-15.6%)와 폭스바겐(-12.6%) 혼다(-18.9%) 등 다른 브랜드 대부분은 큰 폭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K3와 스포티지 등 인기 모델에 더해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신차 판매가 나쁘지 않다”며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기아차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미국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는 지난해 2월 출시한 이후 14개월 동안 7만5430대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에도 5153대가 팔려 전년 동월(5080대)보다 소폭 늘었다.
텔루라이드는 ‘2020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북미 올해의 차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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