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각균 이트너스 대표가 경영지원 업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임각균 이트너스 대표가 경영지원 업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높은 연봉을 주고 해외에서 임직원을 영입하기로 했다. 부인과 자녀들이 함께 온다. 외국인 임직원의 성공적인 국내 정착을 위한 이트너스의 특화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한 뒤 자택 마련과 자녀 학교 물색 등 정착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직장 동료를 멘토로 섭외해 조직에 빨리 융화되도록 돕고, 아내의 향수병을 달래기 위한 주말 모임도 구성한다. 행여나 사고라도 나면 24시간 핫라인으로 연결된 상주 직원이 경찰서로 달려간다.

외국인 임직원이 업무에만 전념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해결사’ 역할이다. 이트너스는 이 같은 밀착 서비스로 차별화해 국내 경영지원 아웃소싱(외부 위탁)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로 막힌 물류 정체도 뚫어

1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본사에서 만난 임각균 이트너스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과 뱃길이 좁아진 상황에서 이트너스는 세계 곳곳에 있는 기업 주재원에게 김치와 생필품을 6일 만에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자적인 통관 경로를 개척하고 세관 담당자와 협의해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하늘길 막힌 전 세계 주재원에 생필품 6일만에 배송…이트너스 "기업 집사 역할, 사업영역 무한대"
이트너스는 인사, 총무 같은 기업의 경영지원 업무를 대행해주는 업계 1위 회사다. 미국에는 매출 10조원이 넘는 경영지원 회사가 여럿 있을 만큼 선진국에선 활성화된 산업이다. 국내 관련 시장은 1조원 규모로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이트너스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삼성전자에서 인사·총무 업무를 분사해 독립 출범했다. 회사명 이트너스는 영어로 ‘영원한 동반자’라는 뜻이다. 다른 아웃소싱 업체들과 달리 컨설팅과 플랫폼, 유통 등으로 사업 분야를 꾸준히 넓혔다. 이트너스가 관리하는 기업은 571개, 주재원은 2000명 규모다. 기업들의 재계약률은 95%에 달한다.

급여·사택·유휴자산 등 다양한 사업

인사와 총무 외에도 급여 컨설팅, 사택 관리, 기업의 유휴자산 매각, 외국인 임직원의 정착, 해외 이사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유휴자산 매각의 경우 창고에 방치됐던 비품과 시설 장비, 고철 같은 유휴자산을 온라인으로 경쟁 입찰에 부쳐 팔기 때문에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임 대표는 “급여 체계를 들여다보면 그 회사의 모든 것이 보인다”며 “혁신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컨설팅 서비스도 병행하는 게 이트너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트너스가 최근 주력하는 분야는 해외 주재원 대상의 ‘이트너스몰’이다. 해외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국 식품·생필품·도서류 등을 지원하는 복지 플랫폼이다. 국가 간 구매 및 배송으로 특화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특허도 받았다. 현재 주재원에게만 국한된 온라인 사업을 해외에 있는 교민에게도 개방해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근무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전통적인 업무 칸막이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불황 속에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분업화 및 전문화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임 대표는 동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사 총무를 담당했다. 2001년부터 이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