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힌 한국車…"한달 생산계획 무의미, 이제 안짠다"
현대자동차가 당분간 월 단위 생산 계획을 짜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자동차 수요가 어느 정도 줄어들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수출길 막힌 한국車…"한달 생산계획 무의미, 이제 안짠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하언태 현대차 사장(울산공장장)은 지난 30일 특별 담화문을 내고 “현대차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수출길이 막힌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시장이 극도로 불확실해 4월부터는 생산 계획을 주 단위로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글로벌 불황이 닥쳤다. 생산과 판매가 모두 멈춰서는 최악의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관례적으로 생산 규모와 특근(토요일 근무) 여부 등 생산 계획을 매월 초 확정한다. 현대차가 관례를 깨고 생산 계획을 주 단위로 짜기로 한 것은 해외 판매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의 생산공장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된 데 이어 딜러망도 마비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딜러점 가운데 약 72%는 영업을 중단하거나 단축 근무를 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의 판매법인은 영업을 아예 중단했다. 소비 위축 심리로 자동차를 사겠다는 수요도 크게 줄었다. 미국 딜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평소 2~3개월분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4~6개월분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15%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국내 공장 일부가 다시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 사장이 노동조합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공장의 추가 휴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각각 생산량의 80%, 50% 정도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