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직상장 기업.’

매그나칩반도체에 붙어 있는 이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굴곡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회사의 역사는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립된 LG반도체가 모체로, 외환위기 당시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됐다.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비메모리사업부를 매각했다. 당시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인수해 지금의 매그나칩이 됐다.
8인치 집착의 승리…매그나칩반도체 '반전 드라마'
SK하이닉스, 매그나칩 재투자한 까닭

한때 SK하이닉스의 한 사업부였던 매그나칩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사업부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사모펀드에 팔렸다. 매그나칩은 31일 파운드리사업부와 충북 청주 공장(팹4)을 국내 사모펀드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에 SK하이닉스는 49.8%를 출자했다. 인수 금액은 4억3500만달러(약 5300억원)다.

SK하이닉스가 자사에서 분사한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의 투자자로 나선 것은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매그나칩은 빚을 갚지 못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에비뉴캐피털이 최대주주가 됐고, 3개월 만에 파산 보호에서 벗어났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NYSE에 상장됐다.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업황 부진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가 크기가 큰 12인치(300㎜) 웨이퍼(반도체 원료)를 사용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할 때 매그나칩은 8인치를 고집했다.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제품 수가 적어 경쟁사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8인치 파운드리 공장이 줄어든 반면 빛, 소리, 온도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PC와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커졌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8인치 웨이퍼로 생산되기 좋게 특화돼 있다.

디스플레이·전기차용 반도체 집중

인텔과 삼성전자 등을 거쳐 2013년 매그나칩에 합류한 김영준 대표(사진)는 8인치 파운드리가 호황을 맞은 지금이 사업부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매그나칩의 매출 구조는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사업부가 39%,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디스플레이솔루션·전력솔루션사업부가 61%다.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은 꾸준한 반면 디스플레이, 전력솔루션사업부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구동칩 분야의 매출은 지난 4년간 260%, 전력솔루션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111% 늘었다.

김 대표는 매그나칩을 영속하는 회사로 키우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그는 “파운드리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관에 매각하고, 그 돈으로 디스플레이·전력 반도체 설계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매그나칩은 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 생산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다.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설계 역량도 높인다. 김 대표는 “차량용 파워 디스크리트 반도체는 완성차 업체와 검증 작업을 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