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워커힐, 한화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은 호텔리어들에게 ‘꿈의 직장’이다. 연봉을 많이 줄 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도 높아서다. 이런 호텔리어의 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직원을 돌아가며 쉬게 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공실 급증 한화리조트, 직원 22% 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유급휴직을 시행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약 3200명 임직원 가운데 22%인 700여 명이 대상이다. 회사 측은 희망자에 한해 대상자를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달간 기존 평균임금의 70%를 받고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

앞서 이 호텔은 코로나19로 방문객이 감소하고 손실이 커지자 이달 초부터 임원과 간부 사원 임금부터 줄였다. 임원은 기본급의 20%를 회사에 반납했고, 총지배인과 팀장 등도 직책 수당 3개월치를 내놨다. 직원들에게는 연차 사용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 정도론 회사가 버티기 힘들었다. 지방 리조트는 객실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쳤다. 경북 울진, 강원 평창, 경기 용인 등에 있는 한화리조트는 평일에는 문을 닫고 주말만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결국 일반 직원들의 임금도 줄이기로 했다. 유급휴직이란 형식을 빌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 유급휴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호텔업계에서 한화의 사례는 이례적인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6일 호텔, 항공 등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산업에 특별고용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업계 1위 롯데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롯데호텔은 바로 한 달짜리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파라다이스시티도 4월 한 달간 유급휴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워커힐호텔은 그랜드워커힐 전체 객실 문을 닫고, 직원들을 2부제 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국내 호텔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강원 속초, 고성 등 일부 ‘청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객실 점유율이 10~2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 시내 대다수 호텔은 평일 객실 점유율 10%를 못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대기업 계열 호텔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소 호텔은 방문객이 뚝 끊겨 우르르 ‘임시휴업’에 들어가고 있다. 서울 크라운파크호텔 명동점과 스카이파크 명동 1~3호점, 스타즈호텔 명동 2호점, 동대문 라마다호텔 등이 최근 잇달아 임시 영업 중단에 들어갔다. 중소 호텔 상당수가 휴업 기간에 직원 임금을 주지 않는 무급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