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통위원 발표 임박…조윤제·신관호 '하마평'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의 후임자 윤곽이 조만간 드러난다.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비롯한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로 학계는 물론 경제관료까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이 요동치는 만큼 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을 인사를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예·권력 누리는 자리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의 임기는 다음달 20일에 끝난다.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소화하기 위해선 이번주 후보가 정해져야 한다. 금통위 위원 7명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 겸임)와 윤면식 부총재(당연직), 지난해 5월 임명된 임지원 위원을 제외한 4명이 한꺼번에 바뀐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통위원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1998년 금통위원이 상근직이 된 이후 연임한 사례가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전원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후임 금통위원은 한은 총재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 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각 기관의 후임 인사 추천 작업이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통위원은 정부 차관급 예우와 3억2530만원(2018년 기준)의 연봉을 받는 것은 물론 업무추진비, 차량비 등도 지원받는다.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4년 임기를 보장받는 데다 인사청문회 등 공개 검증 절차도 없다. 명예와 권력, 적잖은 물적 혜택도 누릴 수 있어 학계와 금융업계는 물론 경제관료들도 눈독을 들인다.

김진일 교수 유광열 부원장 등 물망

금융계와 한은의 하마평을 종합해 보면 주미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가장 유력한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된다. 조 교수는 기재부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분석관을 지낸 그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생각’ 소장으로 재직했고, 2018년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과정에서 유력한 경쟁 후보로 거론됐다. 이달 25일에는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 교수가 금통위원으로 선임되면 금통위원의 겸직을 막는 한은법에 따라 사외이사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사외이사를 사퇴하지 않은 것을 보면 조 교수의 금통위원 임명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한은이 운영하는 통화금융연구회 출신 인사도 주목받고 있다. 1995년 4월 7일 출범한 이 조직은 한은 직원과 외부 학계 인사들이 모여 분기별로 한 차례 금융·경제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 조직의 운영위원 가운데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 등이 후보로 꼽힌다.

관가에서는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 등이 거론된다. 한은 출신 인사로는 서영경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 밖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