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과정에도 불만 제기하며 신경전…검표 참여 요구
'反조원태 연합' 한진칼 주총서 "경영자들 너무 방만"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표결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회사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총에서 KCGI는 표결에 들어가기 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경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상 적자 폭이 2천600억원에 이르는데 비상경영 체제도 도입하지 않았고, 4월이 다 돼서야 비상 경영을 하는 것은 경영자들이 너무 방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가 시작된 지 1년 7개월이 됐는데 여전히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다"며 "경영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부대표는 이후 사외이사 선임 안건 표결 직전 "저희(3자 연합)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합리적이고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진과의 독립성을 갖췄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KCGI는 이날 신 부대표와 이승훈 글로벌부문 대표가 참석했으며, 강성부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의 의결권 대리인은 최근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항공기 납품 관련 리베이트 의혹을 언급하며 "회사 경영진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3자 연합 측 발언이 길어지자 주총 의장을 맡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장시간 토론하는 것보다 표결하는 것이 효율적인 진행"이라며 과도한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표결 과정에서도 반도건설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재차 시간이 소요됐다.

반도건설의 다른 계열사 반도개발 의결권 대리인은 "주총 시작 시점에 참석자를 확인했는데, 의결권 위임장을 확인하느라 3시간가량 지나면서 자리를 떠난 사람도 있다"며 "중간에 자리를 비운 사람을 기권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상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석 대표가 변호사로부터 '도중에 자리를 비운 사람을 기권 처리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계속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반도개발 측은 "지금 나온 이야기들을 의사록에 반드시 적어달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3자 연합 측은 투표용지가 누락될 수 있다며 투표함을 이용해 용지를 취합하라고 요구하고 KCGI 관계자가 검표에 참여하게 하라고 요구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KCGI와 반도건설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한진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총은 의결권 위임장 가운데 중복된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길어져 예정보다 3시간 늦은 정오께 시작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