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하다 못해 퍼주는 느낌으로 "남는 게 있어요?" 묻게 만들어라
사장은 점심 때 식사를 기다리는 줄이 다소 줄었다고 하소연을 했지만 인근 매장에 비하면 엄살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이곳엔 손님이 많았다. 필자가 이 매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이 동네에선 여기 음식이 가장 푸짐하다. 푸짐하다 못해 너무 퍼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음식 장사는 ‘손님들에게 퍼줘야 남는다’는 내용의 글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손님이 계산하고 나갈 때 “이 집 이렇게 팔아서 돈이 남나” 하는 질문을 사장이 받을 정도가 되라는 얘기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공감 가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매장이 돈을 벌 수 있다.
계산을 해보면 이렇다. 판매원가를 계산할 때는 고정비에 대한 분산 계산 방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령 월 임대료가 100만원인데 월 방문객 수가 30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손님 1명에게 들어가는 고정비 투자는 333원이 된다. 객수를 늘리면 이 금액은 줄어들고 반대로 객수가 줄면 늘어난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선 객수를 늘리는 방법 외에 더 좋은 대안은 없다. 매출이 떨어졌다고 해서 비용 절감을 목표로 식자재 원가 100원을 아끼려다가 그것 때문에 손님이 덜 오게 된다면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원가 절감은 폐점을 재촉할 뿐이다.
반대로 상품 원가에 500원을 더 투자해 몇 명의 손님이라도 더 올 수 있다면 투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만 원가에 추가로 투입되는 금액과 추가 객수가 생겨서 상쇄되는 매출을 계산해 득과 실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
고정비는 말 그대로 고정돼 있는 비용이어서 줄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요즘처럼 객수가 현저히 줄었을 때 재방문율을 높여 객수를 늘릴 수 있다면 비용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다. 상품 원가에 더 투자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재방문으로 이어진다면 이보다 더 성공적인 투자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어떤 마케팅을 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다. 짧은 시간 내 손님을 모으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무리하게 홍보에 투자하는 방식은 지금의 불경기 때는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 차라리 손님에게 ‘이런 시기에 이렇게까지 퍼줘도 과연 남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한다면 웬만한 홍보 수단보다 매장을 더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음식과 서비스에 만족한 손님은 계산하고 매장을 나갈 때 다음 번 예약을 위해 매장 명함을 챙기게 될 것이다.
강준식 < 벨룸마케팅컴퍼니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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