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RP 매입해 시중 단기자금 경색 해소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도 없던 초유의 조치
産銀·수출입銀, 두산중공업에 1조원 긴급 투입
한국은행과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겨나기 시작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본격 나섰다. 한은은 다음달부터 석 달 동안 금융회사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기로 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은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다음달부터 6월 말까지 금융회사 33곳이 매입을 요청한 RP(91일 만기)를 모두 사들이는 내용의 ‘한국은행의 공개시장 운영규정과 금융기관 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채 등이 담보로 제공된다. 한은의 RP 매입은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된다. 한은은 시장 상황을 보고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은은 RP 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사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RP 매매 대상 증권도 한국전력 등 8개 공기업 채권으로 확대했다.

한은이 이처럼 제한 없이 RP를 매입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전례 없는 조치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시장 수요에 맞춰 유동성을 전액 공급하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 양적완화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산은 등과 1조원 규모의 차입 약정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어려움이 발생해 은행 대출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수은과 논의하고 있다.

정부도 이날 기업과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대책을 내놨다. 금융회사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의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하한선은 종전 80%에서 70%로 낮춘다. 이에 따라 은행은 달러화 등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일부를 기업 등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익환/성수영 기자 love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