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해외 간편결제(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각국이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해외여행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애써 준비한 서비스가 사장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로 막힌 하늘길…해외 간편결제 '올스톱'
“해외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라”

크로스보더 결제는 해외에서 별도 환전 없이 하는 간편결제를 말한다. 해외 가맹점에서 QR코드나 바코드 등 간편결제로 결제하면 별도의 환전이나 카드 수수료 없이 당일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된 금액이 미리 충전해놓은 포인트에서 차감되는 구조다.

크로스보더 결제는 해외여행객이 매년 크게 늘며 주목받았다. 가장 먼저 뛰어든 금융사는 하나금융그룹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월 ‘하나멤버스’ 앱으로 대만에서 최초로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금융은 일본을 시작으로 태국과 베트남까지 서비스 대상국을 확대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리브’ 앱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핀테크 업체들도 가세했다. 네이버페이는 작년 6월 먼저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두 달 간격으로 카카오페이와 NHN페이코도 일본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하지만 3사의 서비스 출시와 함께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카카오페이는 대안으로 마카오를 선택했다. 작년 말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맺은 네이버페이와 페이코, 라인페이는 올해 1분기 대만에서 서비스를 출시하고 태국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사업 확대 계획도 불투명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서비스 국가를 늘리려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국가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상반기에 일본 싱가포르 홍콩 라오스 등으로 서비스 대상국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네이버페이와 페이코는 1분기 대만 서비스 출시 계획을 상반기로 연기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도 올해 중 서비스를 주변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연기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해외 간편결제 업체와 손잡은 국내 금융사도 타격을 입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국내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를 위해 중국 간편결제 업체들과 제휴 중이다. 하나은행은 알리페이와, 우리은행·하나카드·미래에셋대우 등은 위챗페이와 제휴했다.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던 국내 중국계 ‘페이’ 결제액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대폭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내 한 편의점 체인의 지난 1~21일 알리페이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9.3% 줄었다. 1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65.9%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크로스보더 결제가 두 달 새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가 기로에 섰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사 관계자는 “간편결제업체와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해외 가맹점 확보와 해외 업체 제휴 등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왔다”며 “해외여행 증가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서비스가 사실상 사장될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