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가전 판매망 '마비'

매출 비중 절반 핵심시장인데
현지 가전매장 사실상 '휴업'
북미 최대 가전 판매업체인 베스트바이가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고객 수 제한을 통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19일 뉴욕 헌팅턴역 근처에 있는 베스트바이 입구가 한산하다.  AFP연합뉴스

북미 최대 가전 판매업체인 베스트바이가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고객 수 제한을 통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19일 뉴욕 헌팅턴역 근처에 있는 베스트바이 입구가 한산하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의 북미·유럽 핵심 판로가 줄줄이 막히고 있다. 미국 베스트바이, 독일 미디어막트 등 미국·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들이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고 있어서다. 미국·유럽 가전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인 삼성전자 LG전자는 ‘제품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에 처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들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미국 전역에 1009개 가전 매장을 둔 베스트바이는 이날부터 영업시간 단축, 입장객 제한을 통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 미디어막트는 이달 중순부터 주요국에 있는 850여 개 매장을 폐쇄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 가전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스마트폰, TV 관련 핵심 판로가 막혀 버린 탓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지역 소비자의 70% 이상은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산다”며 “신제품을 팔아야 할 시기에 타격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판매망 마비에 생산 차질까지 겹쳤다. 해외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인도에선 삼성전자(스마트폰·가전) LG전자(가전) 현대자동차(완성차) 등의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인도 정부가 75개 도시의 사업장(필수 업종 제외) 운영을 이달 말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기업들에 생산시설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산업계에선 판매·생산망이 동시에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닥치면서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TV·스마트폰 생산·판매 동시 '셧다운'
코로나로 문닫는 북미·유럽 매장…전자업계 '초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미와 유럽의 최대 가전 판매망이 사실상 마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인도에 있는 삼성의 최대 휴대폰 공장과 LG 가전 공장이 가동 중단됨에 따라 생산 부문에서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례 없는 생산·판매망 마비 사태가 길어지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이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스트바이 판로'마저 막혀…삼성·LG 등 가전업계 '초비상'

북미·유럽 최대 가전 판매망 ‘마비’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고객 수 제한에 들어간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대 북미 판매망이다.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는 삼성·LG전자의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절반 이상(오프라인 판매 기준)이 베스트바이에서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베스트바이와 함께 ‘미국 4대 가전 유통매장’으로 불렸던 홈디포, 로즈, 시어즈가 2015년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베스트바이의 입지는 더 커졌다.

유럽 내 최대 가전 판매 업체로 입지를 굳힌 미디어막트는 이달 중순부터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영업을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마존 같은 온라인 판매망과 함께 미디어막트 등을 통한 오프라인 영업을 강화하면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TV 매출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7.1%였다. 유럽 시장의 비중은 31.6%에 달했다. LG전자의 미국과 유럽 내 TV 매출 비중은 각각 22.7%, 31.2%였다. 삼성과 LG전자 가전사업의 최대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은 코로나19로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작년 2분기보다 2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지역 내 최대 가전 판매망의 영업까지 중단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가전 매출이 작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세계로 확산하는 생산라인 중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절벽’에도 직면해 있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이 멈춰설 위기에 놓여 있어서다. 특히 삼성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라인이 있는 인도 공장이 가동 중단에 들어감에 따라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25일까지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도 주정부 지침에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는 2018년 노이다 공장 규모를 두 배로 늘려 단일 스마트폰 공장 중 가장 큰 생산 거점으로 키웠다. 연간 최대 1억 대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첸나이에 있는 가전 공장의 가동도 함께 중단했다.

LG전자는 이달 말까지 노이다와 푸네에 있는 공장 가동을 멈춘다. LG전자는 이곳에서 TV와 세탁기, 스마트폰 등을 생산 중이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철강 업체들도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을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델리 및 푸네 가공센터의 문을 닫는다. 인도 타밀나두주에 있는 현대제철의 코일공장과 강관제조공장도 같은 기간 생산을 중단한다.

다른 나라에 있는 한국 업체 공장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가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정부 방침에 따라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현지 가전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있는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조업을 중단하거나 제한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달 초 셧다운에서 벗어난 한국과 중국 내 공장들은 가동률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대부분의 공장 가동률이 80~90%까지 올라왔다고 하지만, 실제 가동률은 50~60% 수준”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당분간 세계적인 ‘생산 및 소비절벽’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정인설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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