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토 중인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정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보편적 지원은 오히려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은 위기 상황에서 진통제를 하나씩 나눠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일시적 처방은 가능하지만 재정은 미래 생산기반과 혁신의 원동력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소득층 지원을 명분으로 기본소득 개념을 꺼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보다는 재난 응급 처방을 위한 지원으로 불러야 한다”며 용어의 ‘정치성’을 경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 국민에게 가거나 상당한 범위로 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 부진으로 올해 법인세 등 세수 전망도 비관적인 상황”이라며 “재난기본소득 범위를 확대하는 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고소득자 등은 나중에 세금으로 재난기본소득 소요 예산을 메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비를 선제적으로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말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에서 올해 세입이 전년보다 0.9%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상장기업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0%가량 줄어 올해 세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재난기본소득 소요 예산이 5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국방예산 하나를 얹히는 부담을 추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정된 재원에서 경기부양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피해 기업을 위한 세제 지원이 긴급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기업은 투표권이 없어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면 세제 지원 등이 더욱 긴급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