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시총 4위로 증시 입성
2017년 11월 13만8500원
'최고가' 찍은 후 내리막길
20일 기준 주가 3만3950원
연초에 비해 '반토막'
국내 1위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의 주가는 지난 20일 3만3950원으로 마감했다. 연초에 비해 반토막이고, 역대 최고가였던 2017년 11월(13만8500원)에 비해선 4분의 1토막이 났다. 보험사들이 저금리 시대에 취약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생명 주가의 하락폭이 너무 크다는 게 금융업계 반응이다. 삼성생명이 쥐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가치만 해도 23조9600억원(3월 20일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6조7900억원인 삼성생명 시가총액의 3.5배 수준이다.
보유주식 가치 무려 25兆인데 시총은 6.8兆…삼성생명 주가 미스터리

“이 정도로 급락할 주식은 아닌데…”

삼성생명이 가진 주식은 이뿐만 아니다. 삼성생명은 호텔신라(7.7%), 에스원(5.4%), 삼성중공업(3.3%)의 대주주다. 삼성SDI(0.3%), 삼성전기(0.2%), 삼성물산(0.1%), 삼성SDS(0.1%) 등의 주식도 가지고 있다. 이 주식들의 가치만 해도 5000억원이 넘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모두 더하면 24조5000억원에 이른다. 7조원에 못 미치는 삼성생명의 시총을 쉽게 수긍하기 힘든 이유다.

삼성생명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큰손이다. 지난해 3분기 결산보고서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6조9489억원이다. 주식과 부동산만 31조원어치 이상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이 증시에서 너무 저평가받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판단이다.

높은 자산 가치에도 주가는 힘없이 가라앉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 초부터 22거래일 연속 삼성생명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올 들어서만 115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개인(999억원)과 외국인(99억원)이 이 물량을 받아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보험사, 줄줄이 주가 폭락

보험업계에서 주가 급락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은 삼성생명만이 아니다.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구분 없이 보험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한화생명은 20일 종가 기준 958원을 기록해 지난 6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역대 최저가를 경신했다.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주가도 올초 대비 각각 50%, 30%가량 떨어졌다. 20일 종가 기준으로 동양생명은 1705원, 미래에셋생명은 2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손해보험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 주가는 올초 23만8500원에서 20일엔 12만9500원으로 고꾸라졌다. 거의 절반 가격으로 떨어진 셈이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 다른 손보사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저금리에 취약하지만 저평가 과도”

보험사의 주가 하락은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 인하)’을 단행한 영향이 크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을 팔았던 한국 보험사들은 저금리에 취약하다. 국내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연 5~8% 이상 고금리 저축성 상품 위주로 판매전략을 짰다. 만기가 20년 이상인 장기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금리는 급전직하로 떨어졌고 보험사로선 저금리로 자금을 굴려 고금리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보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험회계에서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을 부채로 잡는다. 금리가 떨어질수록 부채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까지 시행되면 부채가 폭증하게 된다.

보험업계는 불만이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와 IFRS17 등의 악재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IFRS17 도입 시기는 2023년 이후로 최근 한 차례 더 연기됐다. 보험사별로 자본 확충 작업도 마무리했다. 금리 변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보장성 보험도 확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 보장성 보험은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다. 만기가 지났을 때 무조건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 상품과 다르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신규계약 기준으로 보장성 보험 비중이 70% 이상이다.

삼성생명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이 과거 영업 거점을 마련할 목적으로 사들인 부동산 가치도 상당하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 순이익은 커지고 부채 규모는 줄어든다”며 “영업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주가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신영/정소람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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