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소비

재택근무에도 '할 것은 해야'
스카이프 활용 화상회식 등장
스타트업 메디블록의 화상 회식 장면. 각자 시킨 음식과 음료수를 들고 카메라 앞에 앉은 모습. 메디블록 제공

스타트업 메디블록의 화상 회식 장면. 각자 시킨 음식과 음료수를 들고 카메라 앞에 앉은 모습. 메디블록 제공

약속한 오후 7시. 화상 채팅 프로그램 스카이프를 켜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주문한 피자도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팀원 네 명 모두 채팅방에 접속 완료. “이제 회식 시간이네요.” 화면 너머로 보이는 팀원들의 얼굴은 어색함으로 가득했다. 누군가 배경 음악을 틀면서 분위기는 이내 반전됐다. 요즘 업무는 어떤지, 재택근무 생활은 할 만한지 얘기하다 보니 흥이 올랐다. “건배도 한 번 할까요?” 각자 맥주와 음료수를 들고 웹캠 앞에다 잔을 갖다 댔다. “짠!”

지난 12일 스타트업 메디블록의 마케팅팀은 스카이프로 ‘화상 회식’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만나서 회식을 못하게 된 직장인들이 ‘원격 회식'을 만들어 냈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여러 회사에서 이런 회식이 이뤄졌다.

2차 없고, 한 시간이면 끝

의료 블록체인 스타트업 메디블록은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째 전 직원이 재택근무 중이다. 내부 정기 미팅도 화상으로 한다. 원격 회식 아이디어도 여기서 나왔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식이라도 어떻게든 해보자는 얘기가 나온 끝에 화상 회식이 등장한 것.
그래도 회식은 한다…카메라에 술잔 들고 '짠'

식사 메뉴는 자율적으로 선택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회사에서 모바일상품권을 쏴준다. 민보경 메디블록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원하는 메뉴를 자유롭게 시킬 수 있고, 집에서 다른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했다. 오프라인 회식의 단점도 없다고. 보통 회식은 두 시간 이상 이어지지만 화상 회식은 1시간이면 끝난다. 2차 가서 무리하다 다음날 후회하기도 하지만 화상으로 하면 2차는 불가능하다.

이모티콘 개발 스타트업 플랫팜도 지난달부터 원격 회식을 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다 같이 대화하는 익스프레스데이를 온라인으로 연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2만원씩 지급한다. 원하는 메뉴를 배달시키거나, 식자재를 사서 조리해 먹으면 된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보양킹왕짱 챌린지’라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재택근무 중 먹은 음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행사다. 인기 투표 후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메뉴는 다음 원격 회식 메뉴로 선정된다. 이효섭 플랫팜 대표는 “처음 연 원격 회식에는 23명의 직원이 참가했는데 다들 재밌다는 반응이었다”며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는 분위기에서 원격 회식이 즐거운 문화로 자리잡도록 이색적인 이벤트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 52시간에 포함되나” 불만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직장 회식을 원격으로 한 경험담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슬랙, 줌 같은 화상 회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7일 트위터에는 ‘IT회사의 기묘한 화상 회식’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7000번 이상 리트윗됐다. 치킨과 콜라, 노트북 사진과 함께 ‘구글 폼을 이용해 각자 집주소와 먹고 싶은 음식을 알려주고, 대표가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한 뒤 다 같이 줌으로 단체 화상 먹방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을 올린 황모씨는 “화상 회식의 단점은 배달 완료 시간이 각자 다 다르고 추가 주문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회식 참석이 자율적인 회사여서 음식만 받고 회식을 하지 않아도 돼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게시글에서 설명했다.

원격 회식을 두고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줄었다는 것인데, 업무 시간 이후에 사생활을 노출하면서까지 직장사람들과 원격 회식을 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익명의 회사원이 원격 회식을 한 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회사 문화가 변할 줄 알았는데 팀장이 원격으로 회식을 하자고 해 경악했다”는 후기를 올렸다. 이어 “원격 회식도 주 52시간 근로 시간에 포함되는지, 이렇게라도 회사 사람들 얼굴을 보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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