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도 못쉬는 기업…설비투자 '반토막'

실물경제 코로나 충격 확산
"올해 -1.0% 역성장" 전망도
< 고객 사라지고…임대 안내문만 > 코로나19 충격으로 소비·투자·수출 등 경제 지표가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신촌 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gng.com

< 고객 사라지고…임대 안내문만 > 코로나19 충격으로 소비·투자·수출 등 경제 지표가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신촌 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g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작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경제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시설투자와 유형자산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LG이노텍 호텔신라 등 25곳으로 투자금액은 2조1851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24개사가 공시한 투자금액(4조9291억원)에 비해 55.6% 줄어든 규모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소비·수출이 위축되는 와중에 기업 설비투자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3대 축(소비·수출·투자)이 휘청거리자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0%로 내다봤다.
기업 설비투자 '반토막'…올해 마이너스 성장 우려
내수·수출 부진 장기화 전망…올들어 설비투자 계획 2兆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소비절벽’에 이어 ‘투자절벽’으로 번지고 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업들이 신규 설비 확충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수출·소비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3대 축이 모두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도 어두워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소비·수출 이어 투자도 급속 악화…경제 3대축 모두 흔들린다

기업들 신규 투자 ‘언감생심’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설비투자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LG이노텍 호텔신라 한진 등 25개사로 그 규모는 총 2조1851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6% 줄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전 세계 공장이 생산을 멈추면서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수출 판로가 막히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투자는커녕 잘 돌아가던 공장도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화솔루션 아모레퍼시픽 등 14개 상장사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생산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공시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상당수 기업은 매출 급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존폐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신규 설비투자는 언감생심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항공 하나투어 한세실업 등은 이달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위축 우려가 커졌고 수익 창출과 현금흐름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업 체감경기도 얼어붙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기준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8.9로 2009년 2월(62.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가 기준선(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2018년 -2.4%, 지난해 -7.7%를 기록한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연초까지 많았다. 한국은행도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4.7%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달라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이 올해 상반기 계획한 투자를 연기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전망치 줄하향

정부는 한국 경제가 침체 문턱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할수록 경제는 셧다운(정지) 상태에 빠진다”며 “방역과 목숨이 우선이고 경제적 내상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적었다.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0일 “국제기구들이 글로벌 경기가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어려움이 3~4년 갈 것이란 예측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의 시각은 더욱 어둡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영국의 정보제공업체 IHS는 한국이 올해 1분기는 물론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낼 것으로 봤다. 2003년 1·2분기(각각 -0.7%, -0.2%)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0.8%로 낮췄다. JP모간도 2.3%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종전 1%에서 -1%로 낮췄다.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 때인 1980년(-1.6%)과 1998년 (-5.1%)뿐이었다. 주 실장은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올 4월부터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연간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며 “올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보는 기관이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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